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yond eyes Dec 26. 2022

[에필로그] 고통받는 부동산 영끌러들을 위한 위로

타인의 비난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

정확히 2년 전 이맘때 즈음, 덜컥 집 하나를 장만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차로는 약 20분 거리에 있는 흔하디 흔한 

방 3 화 1의 90년대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였습니다. 


재건축 이슈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입지가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역에서도 가까운 것은 아니었죠.


(매수 후 남겼던 후기)

매수 당시 느꼈던 감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집에 대한 욕망이 컸기에 누구보다 집을 가지고 싶었고

2. 경제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감당하는 한 집을 보유하는 것은 현명하며

3. 짧은 지식으로 분석한 결과 잃지는 않을 입지와 매물이었다는 것, 

   설사 떨어져도 실거주하는데 문제가 없는 아파트라는 것


위 3가지가 저의 매수에 대한 성과와 관계없이

제 선택의 근거이자 심리적인 지지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꽤나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전 세계 경제 위기 및 한국의 부동산 시장 냉각화 등 예상치 못했던 일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라를 외치던 부동산 탑티어 유튜버들도 이제는 몸을 사리고 환호를 외치던 대중들은 ‘부동산 n적’이라 겨냥하며 매수를 부추긴 사람들을 욕하기 일 수입니다.


모든 투자는 본인의 선택이자 책임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그 누구를 탓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부동산 상황이 나빠졌지만 매수를 결정한 그 시점으로부터 단 한 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갭투자를 했기 때문에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내년 3월,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떨어진 전세호가를 되돌려 주기 위해 실 입주를 하려고 합니다. 실 입주 없이 전세가만 조정해주고 싶지만, 투자해둔 주식까지 하락하는 바람에 제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지들을 나열하고, 감정을 추스르며 내가 선택한 그것에 좋은 점만 보려고 하지만 저의 지난 인생을 부정하게 하고 앞으로 걸어갈 힘을 꺾어버리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저희 어머니입니다.


(부끄럽지만 저희 부모님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난 글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저희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는 처음부터 부동산 매수를 반대했습니다.

일평생 투자 한 번 해본 적 없고 경제 공부라곤 TV가 전부인 저희 어머니지만, 현재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상황은 모두 본인의 예측대로 맞아떨어졌다고 하십니다. 본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늘 결과가 나쁘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어머니 입장에서는 틀린 것 하나 없는 말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행여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더 나쁜 상황에 놓이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책망과 비난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족과 지인 된 입장에서 가장 최적의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다못해 저는 이런 이야기까지 덧붙였는데요.

어머니의 조언 방식은 마치 이혼하는 사람에게 ‘이혼할 줄도 모르고 결혼했네’라던지, ‘자식이 그렇게 속 썩일 것이면 애는 왜 낳았데 ‘라는 논리와 같습니다. 부동산은 절대 예측의 영역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라는 것을 몇 번이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리지만, 씨알도 안 먹히더군요.



그러던 찰나에 며칠 전,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최인아 대표의 글 중 공감되는 부분들 
· 나는 올해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았고,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았으며, 열심히 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결과는 온전히 내 몫이고 내가 감당해야 한다. 
· 나의 지금 하루하루는 그것들을 감당하는 시간이다. 
· 나쁜 짓을 하느라 그렇게 산 것이 아니었다.
·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JYP의 대표 박진영 씨가 두사부일체에 출연하 한 말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돈이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박진영 대표 

영상 앞부분에는 이러한 내용이 함께 들어갑니다. 

1. 5년 동안 미국에서 갖은 고생과 실패를 했다. 
2. 많은 고민 끝에 깨달은 것은 내 꿈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3. 돈을 목표로 할 경우, 이뤄지면 허무하고 이루지 못하면 슬프다. 
4. 그래서 우리의 삶은 I want to be (수단) 이 아닌 I want to be for (목적)이 되어야 한다.
5. 우리는 이 (목적)에 들어갈 단어를 찾아야 한다.  


요 근래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고 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은 하락하고, 그에 따라 나의 미래와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고, 

실오라기 같은 조언과 지지를 바라지만 어머니께는 제가 바랄 수 없는 감정이고, 계획한 일들이 생각만큼의 기대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지금. 저는 어쩌면 극렬하게 '평범하게 되어버리는 것'에 대해 저항하고 거부감을 일으키며 이루지 못할 이상 앞에 자학을 하고 있던 것이었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계속해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 누구는 서울 핵심지에 입성했다, 누구는 n천만 원을 벌고 있다 등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 자극들만 제게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 재미가 없습니다. 순수하게 그게 재밌어서 시작했던 일들이 갑자기 생업으로 변질되고, 생업으로 다가오니 '인내'라는 단어 밖에 남지 않더군요. 인내를 해야 이 상황을 그저 '버틸 수 있다'라고 자기 암시를 거는 것처럼요. 


이런 상황에서 최인아 대표와 박진영 대표의 말은 저와 같은 부동산 영끌러와    조급한 사회인들에게 위로와 일침을 동시에 줍니다. 

1. 모든 선택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2. 범법행위가 아닌 이상 그것은 잘못되지 않았다. 

3. 원래 인생은 그렇게 본인의 선택을 감내하면서 사는 것이다.

4. 그 선택을 누구도 비난하거나 원망할 필요도 없다. 

5. 그리고 그 선택들은 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목표를 목적으로 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마음먹었던 처음, 글을 쓰고 책을 집필하며 멘토링을 해나가던 처음을 저는 떠올려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순간 앞에 직면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순간이 자신의 과거의 선택으로 인해 고통스럽다면 초심을 한 번 더 상기시켜 보세요. 현재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자책할 필요도 없이 그저 받아들이면 됩니다. 


응원자도 없고 지지자도 없다고요? 뭐 어떻습니까.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모든 것을 감내하고 모든 이에게 지지받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2022년 연말, 여러분의 가슴 한편에도 따뜻함이 깃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기업에 필요한 CX 담당자를 채용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