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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blank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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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Feb 07. 2024

허물어진 마음이 얼른 재건되길

Dear.(      )     


 예전에 다리를 철거하는 걸 본 적이 있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다리였는데 그 길이 조금 좁았나 봐. 그래서 새로운 다리를 만들기로 했는지 어느 날 중장비들이 잔뜩 왔더라고. 그리고서는 제일 먼저 다리 한가운데를 부수더라. 나는 다리 한가운데가 부서지면 쩍 하고 갈라질 줄 알았는데 철근들이 잔뜩 엉켜있었어. 다리는 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주저앉아 있는데 사람들은 쉴 틈 없이 철근들을 잘근잘근 잘랐어. 그걸 보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허무하고, 쓸쓸해지던지.      


 어쩌면 너와 내가 나눴던 마음들도 뚝하고 끊어지지 않아서 더 괴로운 걸까. 그런데 다리 하나 만드는 데도 저렇게나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키는데 우리가 한 번에 끊어지는 게 더 이상하지 않니. 나란히 걷던 우리가 등 돌리고 걷게 된 순간부터 어떤 감정도, 기억도 남지 않았다면 어땠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슬퍼진다. 나는 아직 여기저기 엉킨 기억과, 마음들을 하나씩 잘라낼 때마다 핏줄이 툭, 툭 터지는 느낌이 들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 다리는 반나절 만에 형태를 완전히 잃었어. 철근이며 부서진 잔해들이 막 뒤엉켜서 엉망이더라. 어떤 사람은 종일 부서지는 다리 위에 물을 뿌렸어. 워낙 먼지가 많이 날리니까 그런 거겠지. 근데 괜히 다리를 대신해서 울어주는 것 같고, 다리의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것 같고 그렇더라.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동네 다리 철거하는데 별생각을 다 한다고 말하면서 코웃음을 쳤겠지? 눈에 선하다. 네 모든 것.     


 우리는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 얽히고설키겠지? 너무 많은 마음을 쏟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지? 아직은 아득하기만 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허물어진 마음이 얼른 재건되길 바라. 너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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