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사 첫 번째 미니 소설
지운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서울에 올라왔고 집안 사정이 안 좋았던 터라 월세 살이부터 시작했다.
첫 번째 집은 학교 근처 원룸이었는데 낡은 집이었지만 학교 근처인 만큼 가격이 저렴했다.
단, 회사와 거리가 멀고 반지하라서 벌레도 많고 너무 습했다.
이직을 하면서 처음 오피스텔에 살게 되었다.
기존처럼 반지하도 아니었고 신축이어서 전에 살던 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계약을 하려고 보니 집주인은 그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었다.
"이렇게 어린 사람이 무슨 돈이 있어서 집을 샀을까? 부모 찬스인가?"
지운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계약 기간이 단 1년이었다.
계약이 끝날 때쯤 집주인은 시세에 맞춰서 받아야겠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었기에 이사를 알아봐야 했다.
신기한 건 정말 집 값이 무섭게 뛴다는 것이다. 그 작고 외진 곳에 있는 오피스텔이 몇 억이 돼버렸다.
집은 내놓자마자 바로 세입자가 나타났다. 이것 또한 신기했다.
"아니 굳이 왜 이런 곳에, 그런 돈을 내면서?"
이사를 하면서 돈을 받는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다. 오피스텔 쪽 부동산 중개업자는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그 젊은 사람이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로운 세입자에게 돈을 받아야 돌려주죠."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이사 일정도 하루 빠르게 부탁한 게 그쪽이고요. 그럼 준비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역시나 이놈의 사회는 쉽게 되는 일이 없다.
이사를 가야 하는 곳에서는 나에게 입금을 못 받았으니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떠나는 오피스텔 쪽은 아직 세입자가 입금을 안 해서 못준다고 하고.
결국은 이 거래에 개입된 누군가 한 명은 돈이 충분히 많아야 순조롭게 풀리는 것이다.
다른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아서 나가는 세입자에게 준다.. 어딘가 좀 불편하고 이상한 현실이다.
만약,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보나 마나 떠나려는 사람을 괴롭히겠지?
이게 당연한 게 아닌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집주인들의 심리가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하철 역에 앉아 한참 이 이상한 거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입금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지운도 바로 새로운 집주인에게 입금을 하고,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물었다.
"비밀번호는.. 2017 입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딘가 클리어하면 그다음 단서를 알려주는.
-
새로운 집에서 2년을 살고 다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위치는 괜찮았지만 너무 좁고 정리가 안 되는 집이었다.
집주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 겨울. 크리스마스이브날이었을 거다 아마.
보일러가 고장 나서 얼어 죽게 생긴 날이었다.
급한 마음에 보일러 업체에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기사님 방문이 가능한 날이었다. (오 신이시여)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수리가 완료되었다.
수리비 영수증 사진과 함께 집주인에게 입금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래서 지운은 월세를 내는 날 문자를 보냈다.
"보일러 수리비 입금을 안 해주셔서, 이번에 입금할 때 제외하고 보내겠습니다."
그러자 바로 전화가 왔다.
왜 제외하고 보내냐고 뻔한 대화가 오갔고, 지운은 또 뻔한 응대를 해야 했다.
반반 하자고 막 던지는 것을 겨우 방어하고 결국 수리비는 제하고 보낼 수 있었다.
이사를 결심하고 알아보다가 그는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기로 했다.
직장에서 너무 멀지도 않으면서 가격 대비 조건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같은 가격의 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고, 굳이 서울에 살 이유도 없었다.
집을 알아보고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역시나 전화가 왔고, 받기 싫었다.
"2년 동안 살았으면 그동안 덕분에 잘 지내다 갑니다 하고 감사해야지. 이렇게 갑자기 연락을 하면 되나?"
"..."
(지랄하네. 내가 공짜로 살았냐? 월세 꼬박꼬박 내면서 살았는데..?)
지운은 속으로 뇌까렸다.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잖은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이사를 갔고, 마지막 입금까지 집주인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모든 공과금은 올림 해서 공제했고, 청소가 제대로 안되었다며 청소비도 제외했다.
실은, 그가 들어갈 때보다 훨씬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왔는데도.
하지만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았다. 말 섞을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
왜 그렇게 가진 자가 더 독하게 착취하려고 하는지 지운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진 게 별로 없는 그는 조금 손해 보면서 살아가는데 말이다.
월세를 지나 전세로 오긴 했으나 지운은 조금 우울해졌다.
나름 직장생활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모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집 값은 이미 너무 올라서 집을 산다는 것은 꿈을 꿀 수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이다.
사람들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미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일해서 버는 돈 보다 집 값이 올라 버는 돈이 훨씬 많은데 누군들 안 하고 싶겠냐.
그런데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
집 걱정은 조금 덜고 일에 집중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발전적인 사회이지 않을까?
부동산 투자에 모두 빚을 내어 뛰어들면 뭐가 좋아지는가? 국가 경쟁력이 올라가나?
그런 면에서는 적어도 의식주는 국가가 어느 정도 컨트롤해야 하지 않나?
집 값은 오른다는 그 믿음이 깨지기 시작하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고, 또, 그는 다시 불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