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을 모으다

1억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

by 문나잇

'이제, 정신 차려야겠다.'


비 내리던 어느 날, 출근 버스였습니다. 이별과 사기로 멍하게 끌려가던 시간을 이제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모은 돈을 한 곳으로 모아봤습니다. 주식에 조금 투자하던 자금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일단, 1억을 모아보자.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월급을 꾸준히 모으는 것일 뿐. 그때는 재테크에 관심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1억을 모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투자 지식이 없다 보니 자산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 값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필요에 더해 마침 연봉에 대한 고민을 해봄직한 경력이 되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의미와 많은 보상을 받는 사람들의 비결이었습니다. 일단, 업무를 열심히 했습니다. 마침 개발 중인 플랫폼이 확장하던 시기라 업무적으로는 바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개발자 행사나 코딩 테스트 같은 채용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열정과 호기심, 그리고 인정을 향한 목마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해 최고 평가를 받았고 조금 더 나은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만큼의 연봉 인상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1-2년을 보내고 나니 마침내 1억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억이라는 돈이 생각보다 큰돈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살던 원룸 근처에 전세를 찾아보니 1억 정도로 갈 수 있는 집은 원룸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였습니다. 저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1억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집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1억으로 괜찮은 곳에 갈 수는 없는 건가? 저는 지도앱을 켜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원쯤에 오니 1억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원룸 전세가 나오기 시작했고, 저는 이사를 마음먹게 됩니다. 서울에 머무는 대가로 가격대비 실망스러운 곳에 거주한다는 것이 제 가치관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전세대출과 이자지원 제도를 활용해서 대출도 받고, 출퇴근을 위한 자동차도 구매했으니, 인생에서 최대 지출을 했던 한 해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원룸이긴 하지만, 침실과 거실, 주방 공간이 분리된, 풀옵션이 갖춰진 집에 정착한 것입니다. 9평 남짓한 이 원룸이, 제 인생 최고의 거주지였습니다.


1억을 모으면 자산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일단 1억만 모으면 알아서 잘 굴러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연히 돈이 모인 만큼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예금에만 넣어놔도 이자를 꽤 받으니까요.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자산을 늘리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직장인이 1억을 모으는 시점이면 연봉이 어느 정도 상승해 있습니다. 그렇기에, 추가로 1억을 모으는 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지는 게 당연하고, 늘어난 급여가 자산을 늘리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론, 시드머니 1억으로 투자를 잘한다면 더 빨리 자산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1억을 모으면 자산 증식이 빨라진다는 말은 이 모든 조건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1억을 모으는데 9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면 훨씬 빨랐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복구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일을 열심히 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몸 값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인정받아 보상을 키우는 것은 자산 증식에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주는 만큼만 일한다, 열심히 해봐야 의미 없다, 이런 말들에 휩쓸려 도박과도 같은 기회주의나 한탕 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월급을 늘려 꾸준히 쌓아가는 자산의 힘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자신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보상을 늘려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꾸준함은 자산 증식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에필로그>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니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스톡옵션 계약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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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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