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폭증, 시즌1
'스톡옵션 계약서'
꽤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관련해서 사전에 들은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쁨과 당황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회의실에 혼자 들어가서 계약 내용을 천천히 읽어봤습니다. 자세히 읽어보니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행사가가 당시 회사의 주가와 비슷했기 때문에 스톡옵션으로 돈을 벌려면 큰 폭의 주가 상승이 필요했는데, 당시에는 주가가 오를만한 일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톡옵션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드리면, 몇 년 후에 회사 주식을 스톡옵션 부여 당시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그러므로, 주가가 많이 오르면 그만큼 이익도 커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스톡옵션 부여 수량이 많을수록 이익은 더 커집니다.)
오히려, 그즈음 자산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조직장이 되면서 높아진 연봉과 인센티브였습니다. 당시 분사를 하게 되었는데 원래 조직장이었던 분이 따라나서지 않으면서 제가 조직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분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하시다시피 초기 코로나의 공포는 엄청났습니다. 결국, 거의 모든 나라들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감영병으로 인해 국가 경제에 비상이 걸렸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의 회사였던 저의 회사도 거의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의 특성상,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가 되는 온라인 서비스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해도 사업에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모든 서비스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제가 어려워지자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대한민국 역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금리를 낮추고 지원금으로 돈을 풀기 시작하자,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기 시작했고, 그 돈은 주식시장으로도 흘러들어왔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언택트라는 단어와 함께 온라인 사업은 오히려 각광받기 시작했고, 스톡옵션으로 받은 회사의 주식은 쉼 없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스톡옵션 행사 가능일이 도래하자 바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다 행사를 할 수가 없어서 돈이 되는대로 나눠서 행사를 했습니다.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언제 또 주가가 내려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경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주가의 흐름과 상승할 때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주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다음 해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에는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주식 이야기가 넘치기 시작했고, 상장한 기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갔습니다. 그게 거품인지도 모른 체, 모두가 홀린 듯이 주식 시장에 빨려 들어왔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자 새로운 시도가 넘쳐났고, 개발자의 몸 값은 솟구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지급해야만 했습니다. 저 역시 이 흐름에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톡옵션 행사로 큰돈을 벌 수 있었고, 개발자 붐으로 인해 처우도 큰 폭으로 향상되어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좋은 분위기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금리인상을 시작하자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높았던 PER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터넷 기업들은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높은 주가를 유지했던 것이어서 거품이 꺼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분위기는 안 좋아졌지만, 저는 이미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했고, 연봉은 올라있는 상태였습니다. 운 좋게 상승 흐름을 잘 탔던 것입니다. 이 시기를 모두 지나고 나니 자산은 5억이 되어있었습니다. 1억을 모으는데 9년이 걸렸는데, 4년 만에 4억을 모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1년에 1억을 모은 셈입니다. 잡브레인이라는 앱으로 확인해 보니, 소득기준 대한민국 상위 0.2% 수준이었던 해가 있었을 만큼, 커다란 부를 형성한 기간이었습니다.
그럼, 이 과정을 한 번 분석해 보겠습니다. 조직장이 되고 조직의 인정을 받아 처우가 좋아진 것은 저의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을 받은 것도 살짝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노력의 대가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온라인 사업의 흥행과 주가 상승, 소프트웨어 사업이 각광받으며 개발자의 몸 값이 천정부지 솟아오른 것은 저의 노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노력과 운을 엮어볼 수 있는 단서는 있습니다. 노력으로 보상받은 스톡옵션이 운을 만나 폭발적인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은 '챙길 수 있을 때 챙겨라'입니다. 스톡옵션 행사를 보류했다면, 저는 지금과 같은 부를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노력이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노력은 운을 만나 폭발적인 성과를 안겨준다.
과연, 노력이 쓸데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때 챙기는 것이, 단순하면서도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