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으로 부를 늘려야 할 때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다.
미국발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그동안 껴있던 거품이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편에 적었듯이 저는 이미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하고 주식을 정리한 상태였고, 자산의 일부분만 간 보기 식의 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감에 의한 투자를 했습니다. 경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하자 당황했고, 이걸 들고 가야 하는지 처분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조금 손해를 보고 주식 투자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후 1년은 적금, 예금만 하면서 자산을 키웠습니다.
거품이 꺼지는 것은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산이 어느 정도 형성되자 4년 동안 살았던 원룸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당시 살던 원룸도 제 인생에서는 가장 넓은 거주지였습니다. 다만, 해가 잘 들지 않았고, 주변에는 공사가 끊이지 않았으며, 상업 지구여서 사람이 많고 술집이 많아 주거 환경으로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사 갈 곳을 알아보던 중 정말 마음에 들지만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자 그곳의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지도에 이름이 나오는 건물에 살게 된 것입니다.
원하던 집에 살아본 분들은 이 기분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채광도 좋고, 바로 앞은 뻥 뚫린 공원 뷰가 펼쳐지고, 방도 2개, 인테리어 디자인도 세련되었습니다.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이곳에 살 수 있었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마저 들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만족하는 집이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집의 고급스러움과 주변의 쾌적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마음껏 누리면서, 집이 주는 영향력을 실감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3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 공간, 인간. 어디에 시간을 쓰느냐, 어디에서 머무느냐, 누구와 어울리느냐, 3개의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인데, 공간을 바꾸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흐르자 관리해야 할 자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자산이라고 부를만한 크기의 금액을 소유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난한 삶 속에서는 생활비를 내고, 뭔가를 구입하고, 이사를 하는데 대부분의 돈을 썼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자산이라고 부를만한 금액이 모이자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예금에만 넣어두는 것이 맞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가진 돈을 굴려서 돈을 만들 때가 된 것입니다. 이런 결심이 서자 자산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을 해야 평가도 하고 투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시작한 기록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매월, 매년 자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산 증식을 위해 눈을 돌린 곳은 주식이었습니다. 감으로만 투자했던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 전략은 미래를 이끌 사업군에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감으로 하는 투자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사서 읽어보고, 유튜브도 보고, 뉴스도 보고, 직접 투자도 하면서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토스 같은 투자자 친화적인 앱이 있었고, 다양한 ETF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을 잘 알지 못해도 유망한 사업군만 알면 수익을 낼 수 있고, 리스크가 크지 않은 투자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좋은 투자 구조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맞아 보여도, 조금 시간이 흐르면 더 좋은 투자 방법이 떠올라서 수시로 변경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자리 잡힌 투자 모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투자자를 또 하나의 업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2024년, 그렇게 투자를 제대로 시작한 첫 해의 수익률은 5% 였습니다. 잃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높은 수익률도 아닙니다. 엔케리 트레이드, 트럼프 암살 시도, 윤석열의 계엄 같은 사건이 증시를 뒤흔든 한 해였기에 이해가 가는 수익률이기도 합니다. 이제, 60까지 일만 하면서 10억을 만들겠다는 과거의 저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습니다.
자산이 어느 정도 모이면, 금융으로 부를 늘리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