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역사주의 vs 구조주의

by 이태이

종목 하나의 주가 변화를 주시할 때, 크게 2가지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그 종목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주가 변화를 보는 법. 다른 하나는 현재 시점에서 다른 종목들과의 관계를 보는 법이다. 전자는 현실에서 차트를 보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후자는 테마주를 찾는 방식으로 실천된다.


철학에서는 전자를 역사주의적 접근, 후자를 구조주의적 접근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내가 어떤 국가, 어떤 도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어떤 보살핌을 받았는지, 또 어떤 경험을 했는지, 초 중 고 생활과 대학 생활, 졸업 후 사회 생활들, 그야말로 나의 지난 타임라인을 순서대로 훑어보는 방식이 역사적 접근법이다.


반면, 지금 이 순간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그려보는 방식은 구조주의적 접근법이다. 나와 가족구성원과의 관계, 친구들과 연인과의 관계, 직장이나 직업 관련자들과의 관계, 모임에서의 관계 등을 마인드맵처럼 그려보면 각각의 상황에서 내가 어떤 입지를 지니고 또 어떤 태도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 방식은 지나치게 역사적 관점에만 매몰돼 있다. 초중고교에서 한국사 교육은 필수이며 수능에서도 한국사는 유일한 절대평가 과목이면서 필수 과목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입사 시에도 한국사 시험에는 늘 가산점을 부여한다. 어떤 직종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고조선-->삼국-->고려-->조선-->한국을 순차적으로 인과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일까. 이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서 외국과의 관계를 따져보는 것이 더 한국을 잘 이해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그래서 세계사도 함께 배우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세계사도 각 주요국가의 역사를 개괄한다는 점에서 한국사와 접근 방식이 다르지 않다. 각 점의 과거=하나의 점의 독립적인 종적 선이 아니라 현재 그 점들의 연결 방식, 그러니까 점끼리의 횡적 연결이 어떻게 이어졌냐를 살피자는 것이 구조주의적 접근법이다.


사실 두 접근법은 서로 독립적이거나 배타적인 관계는 아니다. 한국사의 변천 과정에서는 당연히 수많은 주변국과의 교류와 갈등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두 국가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해당 국가들의 역사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가령,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과거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이든 중국이든 모두 동일하다.


그럼에도 역사적 접근과 구조주의적 접근은 분명히 다르다. 가령 역사를 본다면 한국은 중국과 가장 밀접한 국가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가장 밀접한 국가다. 이는 단순히 과거만 통해서는 충분히 파악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기에는 역사적인 접근과 구조주의적인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대상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종목 분석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차트만 봐서는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상승 중인 테마는 무엇인지 그것들이 최근에 어떻게 변해왔는지 등을 함께 살피면 차트에 대한 확신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테마주 투자에도 차트 분석을 적용하면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예측할 수 있다.

Q. 하나의 대상을 이해하려면 그것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vs 아니다. 현 시점에서 그 대상이 다른 것들과 맺는 관계망을 총체적으로 조망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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