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역 추론과 귀납 추론
차트 분석은 사후 해석이기에 귀납적인 추론일 수밖에 없다. 아니, 차트 분석뿐 아니라 주식 투자를 위한 모든 기법과 정보 수집 과정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방심해선 안 된다. 오늘의 캔들은 어제의 캔들을 배반할지도 모른다. 실은 그런 일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만약 80년대~2000년대까지 30여 년 가까이 한국 주식에 투자해 온 베테랑이라 해도 2022년 이후의 한국 증시에는 서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고성장 시대였지만 2010년대 이후의 한국은 확실히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버블이 끝난 지금 한국 증시는 지옥이다. 한국 증시 사상 이런 차트를 본 적 있을까 싶을 만큼 대혼란의 시대이다.
그래서 나는 2022년 이전에 나온 차트 분석서는 아예 거들떠도 안 본다. 물론 완전 기본적인 차트 이론서는 열심히 공부했다. 다만 한국인이 쓴 변형된 차트 분석서는 2022년 이후 책만 읽고 있다. 왜냐하면 이전 책에서 소개하는 기법이나 캔들 유형은 지금의 차트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예전 기법대로 했다가 오히려 마수에 걸려들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후로는 차트 분석하는 눈을 완전히 재정비해야 했다.
[자이언트 임팩트]라는 책을 보면, 지난 30년 동안의 경제 흐름이 마치 인간 사회의 진리인 양 모두들 오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난 30년과는 전혀 다른 경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 전문가는커녕 일말의 배경지식이나 인사이트조차 전무한 나는 저자의 말이 어느 정도 옳은지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그 메시지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일단 인간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30년이라는 데이터는 너무 짧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에만도 몇 백년은 걸린다. 자본주의에 단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난 30년은 어느 특정 단계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나머지 단계는 지난 30년으로는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이미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수치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또 인공지능의 발달로 우리는 지금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고쳐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분명 과거와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다른 양상이 펼쳐지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주식 시장도, 그 외의 투자도 다른 형태를 띨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의존하면서도 불신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영국의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칠면조를 예시로 들며, 귀납추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매일 아침 주인이 모이를 주면 칠면조는 주인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에는 결국 그 믿었던 주인의 손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논리학에서는 이치에 맞는 추론이란 딱 2개뿐이라고 한다. 연역 추론과 귀납 추론이다. 둘의 정의를 많이들 혼동하는데, 정확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연역 추론은 근거가 옳다면 결론이 100% 옳은 추론이고, 귀납 추론은 결론이 참일 확률이 100%는 아닌 추론이다. 재밌는 건 세상의 모든 추론은 근본적으로 귀납 추론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지적 한계다.
그 지점을 정확하고 집요하게 지적한 이가 칼 포퍼다. 그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물이 100도씨에서 끓는다는 것도, 전기전도도가 가장 높은 금속이 은이고 그 다음이 구리라는 것도 완벽한 진리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죽는지 아직 다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미래에도 계속 태어날 것이고 미래의 사람들이 영생을 살지 어떨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물도 마찬가지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을 다 끓여보지 않은 이상은 알 수 없다. 은도 구리도 그와 같다.
이런 식으로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면, 우리가 연역 추론이라고 생각하는 추론의 근거들 또한 귀납 추론의 결과가 되고, 따라서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은 다 부정확한 근거 위에서 위태롭게 진리인 척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 어떤 것도 100% 진실인 건 없다.
주식 투자에서도 100% 성공은 없다. 아무리 어마무시한 베테랑이어도 손절은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차트의 형태와 패턴도 조금씩 계속 변한다. 그러니 오늘의 절대 기법이 내일에도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금물이다. 과거에서 배우되, 과거를 버릴 줄도 아는 양가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Q. 걱정 마라. 해는 늘 동쪽에서 뜬다. vs 언젠가 해가 서쪽에서 뜨거나 지구가 멈출지도 모른다. 그러니 늘 긴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