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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Aug 28. 2020

극도로 애자일하게 협업하는 방법

기능이 아닌,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강남언니는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라는 미션 아래 '목적' 중심으로 모인 가장 작은 단위인 스쿼드(Squad) 조직 체제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유일하게 1인으로 구성된 포틀랜드(Portland) 스쿼드입니다. (왜 스쿼드가 도시 이름인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소개할게요!)

특이하게도 강남언니에는 조직의 협업을 고민하는 애자일 협업 스쿼드(Agile Collaboration Squad) 가 있는데요. 바로 오늘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바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개선하는 스쿼드입니다. 제가 속한 포틀랜드도 조직이 일하는 문화를 함께 들여다보는 차원에서 ACS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어요.


아래 대화의 주인공인 애자일 코치(Agile Coach) JayLim이 이 곳의 Product Owner를 맡고, 조직 운영 전반의 개선에 영향력을 미치는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타 스쿼드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와 함께 기업철학과 조직문화를 다듬어 대외에 알리고요. 월가 스쿼드(재무 담당)과는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데 유용한 재무 정보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동료를 최우선 고객으로 여기는 이 낯설고도 친근한 조직을 새롭게 경험하며 이 스쿼드의 정체성의 발전 과정이 궁금해졌고, JayLim과 나눈 기나긴 대화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Interview

문제 인지

Joanne 실리콘밸리에서 건너 온 애자일(Agile) 업무 방식은 처음엔 생소했지만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아보니 금새 익숙해지더라고요. 강남언니의 애자일 협업 스쿼드(이하 ACS) 에 소속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그 실체(?)를 깨닫는 중이에요. 특히 협업을 Co-operation이 아니라 Collaboration 단어로 사용한 점도 흥미롭고요.

JayLim 맞아요. 우리의 ACS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기민하게 개선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업무 문화 개선을 고민하고, 나아가 개선하는 방법을 다시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어제까지 옳았다고 해도 오늘부터는 틀린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가장 전제되어야 하고요.

특히 우리는 일하는 형태가 아닌 '목적' 달성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분업이나 협력이 아닌 '협업'을 잘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스포츠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는 축구팀이라면 매 경기마다의 승리를 추구하겠지요. 어느 날의 경기에서 특정 선수가 최다 득점을 기록했어도 이를 팀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의 경기 전략부터 감독, 코치, 지원 스태프의 헌신까지 모든 분업과 협력을 포함한 온갖 방법으로 목적 달성에 헌신하는 과정 자체를 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Joanne 강남언니에 '팀' 조직은 찾아볼 수 없어요. 스쿼드를 팀으로 잘못 부르는 동료를 발견하면, ACS에서 '어색해도 우리는 팀이 아니라 스쿼드로 부르자'고 넛지 줄 때도 있습니다.

JayLim 당시 2018년 초까지만 해도 '기능'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팀 단위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하나의 '목적'을 더 깊게 고민하며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스포티파이(Spotify)의 스쿼드 운영 방식을 레퍼런스 삼아, 강남언니만의 목적 중심 스쿼드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나름의 원칙도 계속 만들고 있는데, 일례로 언제든 스쿼드의 목적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스쿼드 이름은 목적성 자체를 내포하면 안 돼요. 그래서 현재 운영되는 스쿼드들이 서울, 런던, 알프스, 하바나, 포틀랜드 등 목적과 전혀 상관 없는 이름들이죠? 스쿼드 체제를 어색해하는 동료들에게도 '왜' 우리의 구조가 존재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Spotify의 애자일 협업 문화 (출처 : Spotify Labs 블로그)


Joanne 낯선 구조를 익숙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방증이 또렷해지네요.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협업할지, 더 좋은 구조는 없을지 개선의 개선을 향한 갈증을 끝없이 느끼고 있습니다. 첫 갈증을 느꼈던, 그러니까 팀이 스쿼드로 바뀌던 당시에는 어떤 문제들이 눈에 띄어 ACS가 만들어졌나요? 특히 개발자였던 JayLim이 소속을 옮겨 애자일 코치가 된 배경을 소개해 주세요.

JayLim 직원 수가 25명 정도였고, 한창 서비스 성장과 채용이 순항하고 있었어요. 조직이 커질수록 구조적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지요. 예를 들어 문서가 아닌 구두로 일이 전달되어 팀 간 이해도가 다른 상태에서 진행되는 일이 발생했고요. 바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협업이 어떤 과정으로 흘러가는지 체크하고, 협업의 개선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부재했던 겁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공감 의식이 모였고, 모두 이 변화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주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금의 ACS가 구축된 거고요. 평소에 일하는 방식 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제가 강하게 문제 의식을 느껴 ACS를 이끌에 됐습니다.



동의와 전파

Joanne 조직 문화가 주는 영향력은 입사 과정부터 실무 협업, 성과와 보상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에 걸쳐 있습니다. 지난해 제가 입사할 때 경험했던 온보딩 프로그램도 위 고민들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신규 입사자는 유일하게 회사에 객관적인 '첫 인상'을 전달할 수 있는 동료잖아요? 가장 훌륭한 온보딩 솔루션도 결국 그들에게서 나올테고요.

JayLim 네,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된 동료에게 핵심가치와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엄격한 제도로 행동을 제약하기보다,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로 여기며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1) 힐생가(힐링페이퍼 생활 가이드) 와 2) Sync&Align 프로그램이 있어요. 웰컴 매뉴얼인 힐생가는 기존 직원들도 언제든 검색할 수 있도록 Notion에 문서화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해요. 미션 소개부터 아주 작게는 사무실 프린터기 사용법까지, 말 그대로 회사 생활 가이드라고 볼 수 있어요. Sync&Align은 CEO와 각 스쿼드 Product Owner들이 각자 신규 입사자와 방향성을 깊게 공유하는 만남의 시간입니다.

Align 과정 동안 신규 입사자 분들에게 Notion 페이지에 솔직한 피드백을 적어달라고 요청하고, 즉각적으로 좋은 의견을 반영하고 있어요. 이제는 온보딩 프로그램 자체가 회사의 문화와 방향성에 잘 Sync되는지 점검하는 '관리자'로서의 ACS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답니다.


매주 수요일 전 직원이 강남언니 타운홀에 모입니다. JayLim이 회의 시간을 잘 지키자는 5!5!5!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네요.


Joanne 동료 간 협업에서도 변화를 체감하는지 궁금하네요. 가끔 회의에서 Aiden(대표)가 '우리가 이런 문제로 이렇게 격렬하게 토론하는 날이 오다니, 너무 재밌다!' 는 말을 했을 때 놀란 적이 있는데요. 당시 꽤나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에요.

JayLim 말씀하신 대로 회의 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PO회의(각 스쿼드의 Product Owner가 모이는 주간 회의) 방식이요. 사실 처음엔 회의록 포맷도 없어 많은 개선이 필요했어요. 회의록 작성을 필수화하고,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논의 안건과 액션 아이템을 기재하게 했어요. 모든 회의는 참여자, 주재자, 서기, 타임키퍼로 구성되어야 하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명한 공유인데, 회의록이나 문서에 별도 권한을 두지 않고 누구든지 안건의 의도, 맥락, 결론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Aiden처럼 저도 불과 1개월 전에 불가능했던 일을 우리가 해내고 있는 순간을 발견해요. 단순히 회사 매출이 늘고, 직원이 많아지고, 예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활기차게 일하고, 기존의 불편과 불만이 줄어드는 피드백을 받을 때 정말 뿌듯합니다.



방향성

Joanne 기존 불편이 해소되어도 오늘의 새로운 이슈는 또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기하급수적으로 서비스와 조직 규모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ACS는 어떻게 변화에 대처해야 할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더 제한된 제도가 필연적으로 생기는 건 아닐지, 순간의 방심으로 '사측' 입장을 대변하기만 하는 조직으로 몰락하는 건 아닐지. 지속 가능한 ACS가 되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요?

JayLim 그대로 머무는 것을 경계해요. '개선'이 단순히 하던 것을 더 잘하자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전파하자는 의미거든요. 제도도 만들되 그것이 맹목적이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가장 고민이에요. 우리가 경계하는 원칙 자체가 ACS의 정체성입니다.  


1. 동료가 못하는 일을 대신하는 조직이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2. 결정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결정을 도와주는 조직이어야 한다.
3. 마이크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마이크로매니징을 하지 않는다.
4. 어느새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가장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Joanne 마지막으로 '관리-시스템-동료-도구'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즉 우리가 개선하는 방법을 더 개선하는 '좋은 조력자'가 되려면 어떤 피드백에 가장 귀 기울여야 할까요?

JayLim ACS에게 가장 좋은 피드백은 1) 현재의 불편이 계속 포착되는 것 2) 과거 문제의 솔루션이 문화로 체화 및 전파되는 것이에요. 이제는 동료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넛지를 주는 역할이 되고자 합니다. 모든 동료들이 스스로 도구를 만들고 협업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에요. 이를 위해 ACS라는 조직은 각 스쿼드별 애자일 코치를 배치하는 등 점차 매크로하면서 마이크로한 접근을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 나눈 고민과 더불어 ACS의 모든 노하우가 맥락, 의도, 목적을 포함해 문서화되어야 하고, 이마저도 끊임없이 검토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이 글은 강남언니 블로그에서 제가 작성한 글을 데려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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