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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May 29. 2023

종로에 있을 우리집을 찾아서

집 구하기 6개월 차에 접어든 소감


 아빠와 붕장어 축제에 와있다는 엄마의 카톡을 받았다. 매년 지역축제를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부모님 덕분에 축제 이름만 들으면 지금이 대략 어느 계절에 와있는지를 알게 된다. 봄기운이 저물어 가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그리고 청춘에 계절이 있다면 아마도 지금쯤이 아닐까 싶은 그런 달.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 시작한 지도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현재 살고 있는 우리의 후암동 집은 첫 신혼집이기도 하고, 회사와 가까워 무척이나 애착이 깊은 집이다. 전형적인 k-빌라촌에서 볼 것 같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형이지만 둘이 살기엔 충분히 넉넉한 곳. 그리고 인심 좋으신 집주인 내외를 만나, 그 험난한 전세대란과 깡통전세 파도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평화로운 빌라다.


 하지만 나는 다이소에 파는 1000원짜리 꼭꼬핀으로 액자를 조심스레 걸 때마다 욕심이 생겼다. 우리의 이름으로 된 집을 사서 마음껏 못질하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적 감각이 타고난 사람이 아니고 꾸준히 노력하며 키워나가는 사람으로서 집을 꾸민다는 것은 옷을 사입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행복할 것이라는 원초적인 욕심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갔다.


 우리는 1월부터 줄곧 집을 찾으러 다녔다. 처음엔 말 그대로 '탐험' 수준으로 종로를 찾았다. 낯익은 계곡과 공원 주변을 돌며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을 본능적으로 찾아다녔다. 겨울이라 마른 가지들이 가득했지만 이상하게 나는 언젠가 이 동네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1월부터 시작된 '종로'에서 집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하. 예상대로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우선 '종로구'에는 매물이 많지 않았다. 벽돌 구조를 가진 오래된 연립빌라, 조망(산뷰, 나무뷰)이 확보된 높은 고도, 주변 집들과의 거리가 많이 떨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너무 큰 욕심이었던 걸까? 여러 수소문 끝에 알게된 부동산 사장님들은 종로(특히, 부암동/구기동/평창동)엔 좋은 물건들이 나오는 시점에 이미 다른 사람이 많은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 번 살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이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더해주셨다.


 아마도 서울에서 집값에 대한 관심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종로일 것이다. 종로는 구 청와대가 있던 곳부터 사대문 인근의 수많은 산들이 있어 자연경관지구/고도제한지구 등 개발제한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종로에서 아파트가 아닌 오래된 집을 산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도 했다. 힘들게 모은 돈으로 산 집이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버스정류장은 멀고, 지하철역도 없다는 사실이 똑소리 나는 그들에겐 못 미더운 동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에 완전히 푹 빠져버렸다!!!! 설사 우리 부모님과 시어머님조차 고개를 젓는다 해도 우리는 완벽하게 종로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집값에 관심이 없으며, 실제로 집값이 크게 오르지도, 크게 내리지도 않는 동네라니. 이대로는 안 된다!


 그 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종로구의 지도를 펼쳐놓고 푸른빛의 녹지 인근과 고도가 높게 표시된 지형을 찾아 매일매일 부동산에 연락을 해본다. 겨울엔 탐험의 느낌으로 집을 구했다면, 봄부터는 야무지게 집을 살펴보고 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야무지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바라던 일들이 있었나? 감사하게도, 살고있는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며 우리의 꿈이 조금 더 가까워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순이 좋아하는 테라스가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거실뷰가 나오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거실뷰가 나오면 순이 좋아하는 테라스가 없는 집이 대다수지만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있다. 가슴에 복권 한 장 품은 월요일의 직장인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언젠가 나타날 '종로구의 우리 집'을 위해서.


어느날 찾아간 구기동의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은) 빌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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