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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Apr 04. 2022

그 남자의 숟가락

오조리 다이나마이트 사건 제삿날

제삿밥에 소주를 붓고

아무도 발설하려 하려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던 

남자가 숟가락을 놓았다

그 남자가 뭔가를 말하려 하자

남자의 작은 아버지는 

헛기침하며 담뱃대를 털고

휑한 하늘 향해 눈을 끔벅였다

     

둘 사이에 끙 하고 앓는 소리가 났고

까까머리 촌놈은 산적고기를 앞에 두고

누구 제사인지 묻지 않았다

온 동네가 제삿날이던

무슨 날인지 누구도 묻지 않았던 그 날……   

  

이밥에 고깃국을 두고도 숟가락을 놓았던 사내들은

우뭇개에서 장정 서른이 괴기밥이 된 그해 여름

관덕정 광장 돌하르방 옆 

십자가 틀에서 숨을 거둔 남자가 

숟가락을 가슴에 꽂고 있더라는 말을 들었다


온 동네가 숨죽이고 

쉬쉬하며 사건이라 하던 4.3은 산 자의 제삿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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