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에서
강화도 어느 절
빗살문 너머
앙칼지게 머리숱 헤집던 바람
속살 간질일 때
대웅전 네 귀퉁이
팔각지붕 추녀 아래
옷 벗은 여인
풍경 치고 달아나던 바람
배흘림기둥 타고 오르자
입술 깨물던 신음소리 토해냈고
거칠게 깎아놓은 화강석 계단 아래
세상없이 살 것 같던 중년남녀
지엄한 단청 아래 속닥거렸다
바람 하나 단속하지 못하면서
수행을 논하는가
제 몸 하나 끊지 못하면서
감히 절연을 말하는가
차라리 먼 훗날이나 얘기하라
오순도순 이야기할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