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점령한 사랑의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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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근 몇 년 사이 여름이 오면 서울 곳곳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두 마리가 몸을 붙인 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검은 파리떼가 도시를 뒤덮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우리는 이 녀석들을 '러브버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수십,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건물 외벽이나 나무, 심지어 사람의 옷에까지 달라붙고 날아다니다 못해 문 틈 새로 기어들어 오며 자신들의 사랑을 뽐냅니다. 이들의 비행 모습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갈색 몸체의 암컷이 앞에서 완전히 결합된 상태로 공중을 떠다니며,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체가 극도로 밀착된 형태죠. 아아 떠올리니 괴롭네요.


이런 모습이 우리 인간에게는 기괴하게 느껴집니다. 러브버그의 완전한 결합은 불편함을 넘어 공포감까지 주죠. 마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집착과 속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한 측에선 방역으로 이 사랑 벌레들을 물리치자고 주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생태학적으로는 익충이라고 합니다.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지도, 질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오히려 썩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다고 하네요. 때문에 전문가들은 살충제 사용을 경계한다고 말합니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다른 유익한 곤충들까지 죽이고,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요. 아무래도 그들이 혐오받는 이유는 생태학적 해로움이 아니라 심리적 불쾌감 때문이겠죠.


더 놀라운 것은 러브버그의 적응력입니다. 원래 산림 지역에 서식하던 이들이 도시 한복판까지 진출한 것인데요, 러브버그의 대량 출현은 기후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도시의 열섬현상과 인공조명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고, 인간이 만든 도시가 역설적으로 러브버그의 새로운 서식지가 된 셈이죠.


러브버그 현상은 단순한 해충 문제가 아닌 인간과 자연의 관계, 도시화와 기후변화, 그리고 공존의 가능성에 대한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람인 제 눈에는, 수명이 일주일 정도에 불과한 이 사랑 벌레들의 생명의 전부를 바치는 숭고한 의식을 생각하기보다, 징그럽고 불쾌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러브버그의 기승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또다시 그들의 존재를 잊게 되겠지만, 내년 여름이 오면 그들은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더 많이, 더 일찍, 더 강렬하게.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러브버그와 인간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들에게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공존하게 된 이상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보는 편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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