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출근

24

by 조녹아





6시 45분. 알람이 울립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여지없이 눈은 10분 전에 먼저 떠지곤 합니다. 세면대 앞에서 거울 속 피곤한 얼굴과 마주하며, 오늘도 시작되는 전쟁을 예감하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집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엔 1-2분 차이도 몇 시간 차이처럼 크게 다가옵니다. 어느새 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지하철 소음이 귓가에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이 조여듭니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하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대기 줄의 길이죠.


문이 열리는 순간, 질서는 사라집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죠. 들어가기. 그저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어깨가 부딪히고, 발이 밟히고, 가방이 끼이지만 사과할 여유도, 화낼 여유도 없습니다.


차량 안은 또 다른 세계입니다. 숨 쉴 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한 뼘의 자리도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누군가의 등과 내 가슴이 붙어있고, 다른 누군가의 숨소리가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리고, 개인의 경계는 사라지고, 우리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흔들립니다.


정차할 때마다 인파의 물결이 일어납니다. 내리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작은 공간을 향해 모든 이가 조금씩 이동하죠. 그 짧은 순간의 여유를 만끽할 새도 없이, 다음 역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밀려들어 파도가 덮쳐옵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싶지만, 그럴 공간도 용기도 없습니다.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터널 벽면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저 어둠 속을 달리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캔 속에 들어간 정어리 같다고. 하지만 정어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목적지가 있다는 것이겠죠. 그 목적지가 우리를 이토록 숨 막히게 만드는 원인이지만, 어떤 게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회사 앞 역에 도착했을 때의 해방감은 잠깐입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다시 한번 인파에 휩쓸리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신호등과의 시간 싸움이 시작됩니다. 회사 건물이 보이는 순간, 시계를 확인합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며 드디어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지금까지 참고 있던 숨을 내뱉는 순간, 숨 막히는 건 비단 출근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현대를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이미 숨 막히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또 한 번 숨 막히는 사무실로 들어섭니다.


그럼에도 내일 또 알람을 맞춰놓아야만 하겠죠. 6시 45분에. 어쩌면 6시 35분에. 그리고 또다시 이 숨 막히는 여행을 시작할 것입니다.


숨 막혀도 우리는 숨을 쉽니다.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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