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그 침묵 속의 격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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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저는 일주일에 두 번, 조용한 전쟁터에 저와의 격투를 벌이러 갑니다. 보통 필라테스라고 하면, 정적인 이미지에 그게 운동이 되나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 해보세요. 한 시간 내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전엔 요가도 해보았는데요, 시작하기 전엔 요가와 비슷한 느낌이려나 싶었으나 필라테스는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운동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절제된 움직임이지만, 속으로는 근육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죠. 특히 코어 근육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뼈저리게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배 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힘,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자신의 몸과 새롭게 인사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세는 10초가 얼마나 억겁의 시간 같은지, 10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순간 제 몸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 깨달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호흡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단순히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과 호흡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 숨을 들이마시며 준비하고, 내쉬며 힘을 주고, 다시 들이마시며 이완하는 그 리듬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처음엔 동작을 따라가기도 벅찼는데, 거기에 호흡까지 맞춰야 한다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차고,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허리가 덜 아팠죠. 무엇보다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거울 앞에 서면 어깨가 뒤로 당겨지고 목이 길어진 것 같은 느낌. 이것이 바로 필라테스가 말하는 '몸의 정렬'이구나 싶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동작들이 많습니다. '롤업'을 할 때면 복근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티저' 자세에서는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립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죠.


필라테스는 인내를 가르쳐주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 꾸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하게 해 주었죠. 매주 두 번, 그 한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입니다. 세상의 모든 잡념을 내려놓고 오롯이 내 몸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명상 같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필라테스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필라테스에 대해 물어보면 이제 자신 있게 추천하며 말합니다. "한 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클 거예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온몸이 아플 테니까, 각오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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