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직장인의 건강한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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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회사에 점심 도시락을 싸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돈을 아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클린 한 식습관을 위함입니다. 돈을 아끼는 것도 건강을 위한 저속노화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것도 좋지만 이는 상당히 품이 드는 행위입니다. 어제도 한 밤중 도시락을 싼다며 일을 벌여둔 통에 늦게까지 설거지를 해치우느라 고생을 했더랬죠.


하루 종일 일에 지쳐 있던 몸은 이미 쉬고 싶어 하는데, 내일 먹을 도시락을 위해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전날 밤 도시락 싸기를 실패했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바삐 손을 움직입니다. 메뉴는 주로 전자레인지로 돌려 한 끼용으로 해치울 수 있는 메뉴들을 선택합니다. 음식을 만들어 용기에 정갈하게 담고, 설거지까지.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벤치프레스를 한 세트 한 것처럼 어깨가 무겁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은 도시락 하나가 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아침에 가방에 넣을 때 느끼는 묵직한 무게감에는 어젯밤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뚜껑을 열 때면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동료들이 배달 앱을 켜고 고민할 때, 저는 이미 준비된 식사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점심 한 끼에 만 원이 훌쩍 넘는 세상에서, 그에 반절도 안 되는 비용으로 도시락을 싸는 것은 분명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나트륨 범벅인 음식 대신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안도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재료로, 내가 조절한 간으로 만든 음식이라는 점에서 오는 통제감이 좋습니다.


물론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많습니다. 너무 피곤하거나 시간이 촉박한 날에는 그냥 내일은 사 먹을까 하는 유혹이 강해집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서 먹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항상 완벽하지도 않습니다. 가끔 도시락 싸기에 실패해서 대강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식당에서 외식을 할 때도 있고, 회식이 있는 날에는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이 냉장고에서 하루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완벽한 실천보다는 지속 가능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시락 한 개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그 안에는 절약에 대한 의지도, 건강에 대한 관심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이제 도시락을 싸는 일이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젯밤의 설거지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에 가방에 넣는 도시락의 묵직함이 주는 만족감이 그 모든 수고를 상쇄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돈을 아끼고 건강을 챙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도시락을 싸는 행위가 미래의 나를 돌보는 일처럼 느껴진달까요.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삶의 질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수고로움이야말로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상의 실천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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