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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가장 괴로운 것 중 하나가 냄새입니다. 거리에선 축축한 냄새와 음식물 썩는 냄새,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고 사람이 모인 곳에 가면 또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냄새가 가득하죠.
만약 냄새에도 죄가 있다면, 여름은 온 도시가 중범죄자로 변하는 계절일 것입니다. 아침 출근길부터 시작되는 냄새의 향연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지하철 환풍구에서 올라오는 뜨겁고 습한 공기, 편의점 앞에 쌓인 쓰레기봉투들이 내뿜는 신맛과 단맛이 뒤섞인 기묘한 향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땀냄새와 각종 화학 냄새들의 조합이라니요.
이 모든 냄새들이 죄라면, 우리는 모두 공범입니다. 저 역시 더위에 지쳐 흘리는 땀으로, 서둘러 먹은 점심의 마늘 냄새로, 하루 종일 신은 신발에서 나는 냄새로 이 거대한 냄새 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냄새야말로 가장 정직한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포장하고 가리려 해도, 냄새는 그 본질을 숨기지 못합니다. 화려한 외관 뒤에 숨은 진실을, 깔끔해 보이는 표면 아래의 실상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바로 냄새니까요.
재미있게도 냄새에는 계급이 있습니다. 같은 향이라도 고급 호텔 로비에서 나면 '아로마'가 되고, 뒷골목에서 나면 '악취'가 되죠. 백화점 화장품 코너의 진한 향수 냄새는 우아함의 상징이 되지만, 지하철에서 누군가 뿌린 향수는 공해가 됩니다. 어릴 적 집에서 맡았던 쌀뜨물 냄새, 된장찌개 끓는 냄새, 빨래 삶는 냄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여름 냄새들을 견디며 걷다 보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냄새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불쾌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너무나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완벽하지 못한 도시의 모습을, 땀 흘리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말이죠. 하지만 지금 같은 냄새를 맡으면 '구린내', '오래된 냄새'라며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인공 방향제와 화학 세제의 깔끔한 냄새에 길들여지면서, 진짜 삶이 가진 자연스러운 냄새들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냄새 유포죄의 또 다른 피고는 바로 시간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새벽과 한낮의 냄새는 전혀 다릅니다. 이른 아침 시장의 생선 냄새는 싱싱함이지만, 오후가 되면 비린내가 됩니다. 저녁 치킨집 앞을 지날 때의 고소한 기름 냄새는 식욕을 돋우지만, 다음 날 아침 그 자리를 지나면 텁텁한 잔향만 남아있죠.
결국 냄새 유포죄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면, 우리 모두 유죄이겠죠. 하지만 그 벌금은 돈이 아니라 관심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냄새를 통해 우리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것 말이에요.
이번 여름도 냄새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어쩌면 냄새는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