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이 아닌 완성

100

by 조녹아




처음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하루 업무에 치이면서도 틈틈이 키보드 앞에 앉아 빈 화면을 바라보던 순간들. 쓸 말이 너무 없어서 작가님들의 고뇌를 개미발톱만큼이라도 느껴본 시간들, 때로는 단 한 줄도 써 내려가지 못해 그냥 덮어버린 날들도 있었죠. 그렇게 그렇게 드디어 100회를 완주했습니다.


100편의 글 속에는 제가 겪었던 크고 작은 일상들이 담겨 있습니다. 힘들었던 이야기, 소소한 에피소드,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에 느꼈던 감정들까지. 처음엔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순간들이 글로 남겨지니 소중한 기록이 되었네요.


글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던 초기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의지가 조금이나마 피어났달까요. 100회의 글쓰기는 하루를 견디는 힘이었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창구였으며, 무엇보다 변화의 증거였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는 저를 외면하지 않게 되었어요. 불편한 감정도, 부끄러운 순간도, 애써 덮어두고 싶었던 생각들도 꺼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써 내려간 글들이 저만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네요. 혼란스러울 때마다 예전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들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입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싶었던 날도 많았고 실제로 연휴엔 게을러지기도 했지만.. 기다려주시어 감사드리옵고, 아무튼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이 작은 성취가 앞으로의 제게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참 묘하죠. 지나고 보니 길게만 느껴졌던 매일매일이 이렇게 의미 있는 숫자로 쌓여있으니까요. 그동안 저의 아무 말 대잔치를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여정이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완전히 멈춘다는 건 아닙니다.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결성, 그리고 새로운 장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구분점이 되어줄 것 같아서요. 100회로 마침표를 찍지만, 이건 끝이 아니라 쉼표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다른 형태로, 다른 공간에서, 혹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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