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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실행해 보기로 한 것이 있습니다. 일기 대신 하루 중 좋았던 일 한 가지, 그리고 셀프 칭찬을 적는 일인데요, 최근에 읽은 어떤 책에서 하루 중 행복했던 일을 하나씩 떠올려보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행복이라니 왠지 거창한 것 같아서 소소하게 좋았던 일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먹은 점심이 맛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같은 일들이에요.
셀프 칭찬도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합니다. "몸을 일으켜 설거지를 했다."라든가 "어제에 이어 칭찬 일기를 썼다."와 같은 것들이요. 최대한 솔직하고 현실적이게 쓰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SNS에서 보는 "오늘도 10km 달렸어요!" "새벽 5시 기상 성공!" 같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정말로 어떤 날은 설거지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자기 계발서들이 말하는 "미라클 모닝", "삶의 주인 되기" 같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그냥 오늘 하루 살아내고, 작은 일 하나 해내고, 그걸 알아봐 주는 것.
사실 일기를 쓴다는 건 늘 부담이라 실패를 겪었습니다. 뭔가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어야 쓸 만한 게 있을 것 같고,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정리해서 멋진 문장으로 남겨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오늘은 별일 없었으니까 안 써도 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두 줄만 쓰기로 하니까 신기하게도 매일 쓰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피곤한 날도,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은 날도, 좋았던 일 딱 하나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찾는 과정에서 하루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거예요.
어제는 "택배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라고 썼습니다. 특별할 것도 없죠. 그런데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보고 '오, 벌써 왔네!' 했던 그 순간의 기분을 다시 떠올리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아, 오늘 이런 순간이 있었구나.
셀프칭찬은 처음에 좀 어색했습니다. 칭찬할 만한 걸 했나 싶어서요. 그런데 하루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작은 선택들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늦게 일어났지만 그래도 씻었고, 밥은 대충 먹었지만 그래도 먹었고, 미루고 싶었지만 그래도 메일 한 통은 보냈고. "어제에 이어 칭찬 일기를 썼다"를 칭찬으로 쓸 때는 좀 웃겼습니다. 칭찬 일기를 쓴 걸 칭찬하다니. 그런데 이게 의외로 중요하더라고요. 단순한 다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냥 이틀째도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거예요.
이렇게 쓰다 보니까 하루를 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녁에 쓸 거리를 찾으려고 하루 동안 작은 순간들을 더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아, 이거 나중에 쓸 수 있겠네' 하면서요. 그러니까 좋은 순간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완벽한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며칠 안 쓰는 날도 생길 거고, 형식적으로 쓰게 되는 날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건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걸 이루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 일기의 좋은 점은 부담이 없다는 거죠. 두 줄이면 되니까 1분이면 끝나요. 깊은 성찰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문장을 잘 쓰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오늘 하루 중에 좋았던 순간 하나, 내가 한 일 중에 괜찮았던 것 하나. 그것만 찾으면 돼요. 그냥 나한테 조금 더 친절해지려고 해 보는 거죠. 오늘 하루도 살아냈다고, 작은 것 하나라도 해냈다고. 그렇게 말해주면서요.
혹시 일기 쓰기가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한번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권해드립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