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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시작 전날 밤, 저는 이미 머릿속으로 완벽한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늦잠 자고, 밀린 드라마 정주행하고, 맛있는 것 배불리 먹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진짜 ‘쉼’이란 게 뭔지 제대로 느껴보리라 다짐했었죠.
그런데 웬걸.
본가에 가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집안 어른께 인사드리러 방문하고, 친척들이 와서 음식 준비하고, 차례 지내고, 외갓집에도 갔다 오니 연휴에 쉬기는커녕 평일보다 더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연휴가 끝났다는 사실이,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현실이 이렇게 잔인하게 다가올 줄 몰랐어요. SNS를 열어보니 나와 같은 처지의 직장인들이 곳곳에서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휴가 너무 짧아요”, “이게 무슨 휴가야” 공감 버튼을 연타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은 유독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모두의 얼굴에서 같은 표정이 읽혔어요. ‘아, 현실이구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을 때, 쌓여있는 메일함을 봤을 때, 퇴근만을 기다리고 있는 회식 소식을 듣고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연휴는 정말 끝났고,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그래도 어쩌겠어요. 눈물을 닦으며 살아봐야지.
돌아오는 주말에라도 정말로, 진짜로,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의 숙명이자, 우리가 계속 버티는 이유일 테니까.
현실복귀 완료. 다시 일상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