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살면 불행하고 미래에 살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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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어떻게 현재에 충실할 수 있었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입니다.


우리의 몸은 지금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늘 어딘가 다른 곳을 헤매고 있죠.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실수가 떠오르고, 밤에 잠들기 전엔 내일의 걱정이 머리를 채워요. 그렇게 우리는 정작 ‘지금’을 놓친 채 살아갑니다.


과거를 떠올리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걸”,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왜 그랬을까”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흔히 말하는 이불킥도 하곤 하죠.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과거의 장면들을 반복 재생하며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과거에 사는 것은 결국 불행을 되새김질하는 일이에요.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이 엄습합니다. “만약 실패하면 어쩌지”, “이 선택이 맞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들이 가슴을 조여옵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평화를 스스로 깨뜨리죠. 미래에 사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위험에 미리 떨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저 또한 불안 장애를 앓고 있어 현재에 집중하려 크게 애를 씁니다. 그래서 지금에 더 충실하려 노력해요. 마음은 습관처럼 과거나 미래로 달아나려 하니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손에 쥔 커피의 온기를 느끼고, 창밖 나뭇잎의 흔들림을 바라보고,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비로소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현재에 산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사는 것이 아니에요.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되,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을 침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제가 다니는 절의 스님께서 해준 말씀이 있습니다.

지나간 것을 쫓지 말고 오지도 않은 것을 바라지 말라.
지난 일에 집착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기다리지 마라.
현재의 생각을 굳건히 하는 것이 ‘나’를 찾는 것이다.
시간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로지 현재만 존재한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뿐입니다.


발밑을 보면 땅이 있고, 고개를 들면 하늘이 있죠.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안개 너머, 가장 확실한 것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나 자신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 순간에 발을 딛고 서려합니다. 과거의 불행도, 미래의 불안도 아닌, 현재의 땅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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