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에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쌓아뒀다.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지만 그래도 그 편이 좀 더 안정됐다.
역시 실행에 옮겼다. 이래도 괜찮은 건지 헷갈렸지만 나쁘진 않았던 거 같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난 정말 못됐고 나쁘다. 떠올려보면 따스한 시절에 그 따스한 날부터 발목 걷고 뛰던 더운 날, 눈부신 가을, 눈 내리던 겨울까지 모두가 밝고 맑은데 지금에 와서 우리가, 아니 내가 그때와 같을 수 있을까. 때 묻은 내가 그저 기억 속 시절이 그리워 자꾸 꺼내보는 게 아닌지.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 추억이라는 말을 미화된 기억에 붙이지 않았음 한다. 추억 그 단어엔 그만큼의 힘이 있다. 왜 이리도 추억에 매달리는가 하니 나는 이따금씩, 아니 사실 많은 순간을 추억 속에 산다. 조금 전 일도 기억하기 어려워하면서 그보다 오래된 일은 생생하기 그지없어 힘들다. 그날의 기억은 추억이 맞다.
밤이 새도록 새로운 것을 보고 싶었다. 밤을 새운다는 것이 내게 꽤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바로 포기했지만, 기억을 운운하는 자의 기억에 관한 책 읽기란 조금 묘했다. 책을 접어 두고 돌아서면 방금 전 기억하려 했던 문장이 떠오르질 않았다. 역시나였다. 잠에 취해 정신은 몽롱했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여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