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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신 Nov 09. 2022

기다림 속



느린 걸음으로 책 사이를 누볐다. 책장을 펼쳐보고 훑어보고,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여느 때와 같지만 가히 오랜만에 책을 골라 들었다. 역시나 내 기준은 표지에서부터, 책을 펼침과 동시에 빡. 어떠한 느낌이 오는 것이라고.

협소해진 장소가 아쉬웠다. 여유롭게 앉아 책을 읽던 그 계단이 내심 그리웠는데 말이다. 장소가 옮겨진 탓인지 꽤나 소란스러웠다. 내 옆에 앉은 모자는 특히나 그랬다. 그들의 소란을 어쩌다 보니 듣게 된 것이나 그 내용처럼 이 세상에 쓸데없는 책이란 없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아들에게 꾸중하고 있었다. 돈이 없어도 책을 갖고 싶다면 흔쾌히 선물해주신, 항상 책을 가까이할 수 있게 해 준 우리 엄마께 감사했다.

책을 고르고, 평소 먹고 싶었던 카페의 케이크나 커피를 찾고, 제한된 시간 없이 어슬렁 다니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오늘은 기다림에 의한 것이었으나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어깨는 무거웠고 사람이 그득그득 한 곳에서 기어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가 함께 할 사람을 위해 잠시 미뤘다.

사실 평소 에세이는 즐겨 읽지 않았다. 그것도 베스트셀러는 특히 그러했다. 꼽자면 문학이 주요 관심사였는데 타인의 생각 그대로를 읽어내리는 일이 의외로 퍽 재미있었다. 게다가 베스트셀러였다. 처음엔 주의 깊게 보던 작가여서 눈이 갔지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 내가 바라는 일도 어찌 되었건 내 생각을 글로 써내고 그들을 읽어줬으면 하는 것이니 말이다. 제목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골라 읽고 그 제목에 줄을 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연히 알게 된 음악을 틀어놓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손에 든 펜을 돌리며 글을 읽다가, 또 글을 쓰다가. 여전히 난 기다림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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