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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스 May 23. 2020

파인애플

오늘 그리운 그사람을 가슴에서 꺼내보며

제 몸을 향기와 거의 다 맞바꾼 파인애플이 

할인 매대에 올라와 있다. 


파인애플은 본디 살이 아니라 그 향기로 자신을 

말하려고 살아왔다. 


그러나 파인애플이 향기를 얻고 살을 잃자

파인애플은 제 값을 잃었다.


할인매대 구석에서 

제값이 깍이기 시작한,


제 값의 삶이 너무도 다급해진 다른 살들을 

자기 위에 켜켜이 쌓은 채로도


자기 향기를 감추지 않았던 파인애플은

덤으로 누군가의 바구니에 담겼다. 


그리고 그 향기도 또 그 누군가의 

살에 담길것이다. 


생이란 살에게는 긴 여정이고

향기에겐 참으로 찰나간일 뿐이다. 


파인애플은 살을 만들기 위해 그 긴 여정을 살아온게 아니다. 

상인이 제 값을 챙기는 것을 위해 자기 살을 내어 준 것도 아니다. 


할인매대.

드디어 그것을 떠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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