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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J Oct 15. 2023

순수한 모습 그대로의 화본마을

화본마을에는 제비가 참 많았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처마 밑에 제비 집이 있었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제비가 이곳에 특히 많다는 건 간신히 자리 잡은 제비를  내쫓지 않고 자리를 내준 마을사람들의 정 때문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제비집이라고 해봐야 아주 작은 공간인데 여름기간에 들어서서 인지 아주 작은 새끼 제비들은 없고 이미 덩치가 큰 제비들이 모여있었다. 다 커서 부모 등골 빼먹는 애들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닐 때 찍기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는 반사경에 비친 내 모습을 찍는 거였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나의 뒷 풍경과 내 모습을 직접 사진 속에 담을 수가 없는데 의도치 않은 곳에서 만나는 반사경은 나의 뒷 배경과 카메라를 든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어서 좋아했다.


화본마을을 가는 길에 만난 이 반사경의 배경은 내가 원하는 마을의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여행 온 느낌을 물씬 낼 수 있었다.




화본역과 연결되는 기찻길을 만났다. 별거 아닌데 정말 정감 있는 시골길의 모습 같았다.


색 조합도 완벽하지.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초록 들판, 노란 꽃, 빨간 차단봉, 노란 표지판.


완벽하다.



한참을 걷다가 물을 사러 들른 회나무상회. 너무 어두워서 폐업인 줄 알았는데 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였다. 상회 사장님은 미용실도 함께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았다. 게다가 이곳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주로 모이는 모임장소 같은 느낌도 있었다.


물은 한 병에 6백 원, 두 병에 천 원이었다. 한 병 사러 들어갔는데 2병을 사서 나왔다. 편의점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이 낯섦이 결코 싫지 않았다.





특별한 게 없어서 특별한 곳이었다. 순수 그대로의 낯선 매력의 마을이었다. 새로 만든 깔끔하고 정갈한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정이 가득해야지만 나올 수 있는 그런 향기를 이곳은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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