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동항 동백식당
울진 후포항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사동항에 도착했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우와~' 이런 기분일 줄 알았는데, 온통 공사장 분위기라서 이게 뭔가 했다. 찾아보니 울릉도에 생긴다는 공항이 사동항 근처였다. 그래서 한창 공사중인 상황이었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선적해놓은 차는 직원분들이 직접 운전해서 밖에 주차를 해주신다. 우리 차는 일찍 선적을 해서 그런지 비교적 빨리 밖에 나와있었다. 얼른 차를 찾아서 타고는 숙소로 출발!
울릉도에 배가 도착했을 때의 기분은 공사뷰 때문에 어리둥절 했지만, 배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이는 산, 바위, 바다뷰를 보고있으니 섬에 왔구나 싶었다.
숙소는 저동항을 좀 지나 내수전터널가기 전, 산 중턱에 있는 펜션이었다. 울릉도 식당이 비싸고 불친절하고 소수인원은 거절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접해서, 취사가 가능한 숙소로 예약을 했었다. 우리가 예약한 펜션은 족욕카페와 식당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라면먹기였다.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배멀미인지 아는지 모를 느글함을 잠재우기 위해서 라면이 제일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다. 망설임 없이 서울에서 사온 라면팩을 뜯어서 식사를 준비했다.
라면을 다 먹고 뚠뚠해진 배를 두드리며 우리가 한 다음 일정은.. 낮잠. 정말 꿀잠잤다. 지난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고 밤새 울진으로 내려왔고 배에서도 짧게 짧게 선잠을 잤던지라, 진짜 달콤했다. 길어야 두시간 정도 자겠지 라고 생각하고 잤는데, 네시간은 잔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니 울릉도오는 배를 탄 것 까지가 먼 옛날 같았다.
라면을 먹고 잤는데, 일어나니까 희안하게 또 배가 고팠다. 배꼽시계는 시간을 거르지 않나보다. 울릉도에 왔는데 그래도 바깥분위기를 좀 봐야되지 않겠냐면서, 저녁은 산책할 겸 밖에서 먹기로 했다. 처음 도전하는 울릉도에서의 식당 체험이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번화가(?)는 저동항 근처였고, 번화가라고 해도 식당들이 문을 일찍 닫기 때문에 좀 서둘러가야했다. 문 닫은 가게 앞에 차를 주차하고 식당가를 기웃거렸다.
후기를 찾아보고 눈여겨 보고 있던 식당이 있었는데 문이 닫혀있어서 옆 집으로 들어왔다. 불이 켜져있기도 했고, 식당안에는 이미 한 커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좀 안심하고 자리를 잡았다. 인터넷에서 홍합과 따개비가 들어간 각종 밥, 죽, 칼국수 등이 울릉도 대표 메뉴 중의 하나였던 것이 기억났다.
울릉도에서의 첫 저녁은 따개비 칼국수로 정했다.
국물 색이 녹색을 띄고 있는게 신기했다. 해산물의 비린맛을 못 먹는 나는 순간 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맛을 보고 안심했다. 전체적인 맛은 미역국 같았다. 많은 양의 깨 덕분인지 고소한 미역국 느낌. 따개비가 어떤건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는데, 휘휘 저으니 콩알만한 따개비들이 걸렸다. 식감은 매우 쫀득, 쫄깃. 특별한 맛이 있는건 아니거 같았다. 식감으로 먹는 느낌이랄까.
칼국수 면을 넣은 미역국 정도가 정확한 맛 표현일거 같다. 한국 음식이지만 내가 모르는 맛일거라고 기대했었는데, 너무 익숙한 맛이어서 오히려 실망이 컸다. 맛이 나쁜건 아니지만,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심심한 느낌. 칼국수 한그릇을 뚝딱하고 나서 느낀점은 양도 적었다. 안그래도 양 적은 나인데, 한 그릇 다 먹었는데 엄청 배부르지 않네, 희안하네. 양 많으신 분에게는 부족할 것 같았다.
울릉도에 따개비 칼국수로 유명한 다른 식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곳과의 맛 차이가 어떨지도 궁금했다. 따개비 칼국수 맛이 정말 이 것이 끝일지, 맛집의 칼국수 맛은 다를지 말이다.
그래도 식당들이 다 문닫는 늦은시간임에도, 우리는 2인임에도 거부하지 않고 식사를 받아줬다는데서 약간 감사했다. 감사할 포인트가 맞나 싶지만 아무큰 감사했다. 울릉도에 와서 처음 도전한 식당인데 거절 당했으면 정말 큰 상처 받았을거 같다.
이렇게 울릉도에서의 첫 끼, 첫 저녁식사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