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에서 사진 찍는 이유?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여행! 열네 번째

by 고용석

피카소 전시관에서 사람들을 많이 관찰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예전에는 전시회에서 촬영하면 안 됐었는데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으로 많이 찍다 보니 플래시를 제외하고는 허락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작품을 사진 찍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누구나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거나 그림을 소장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누가 더 많이 찍나, 잘 찍나 경쟁도 벌입니다. 문득 정신없이 사진을 찍던 저 자신이 생각납니다. 어디 가서도 눈으로 보는 것보다 일단 찍고 보는 것이죠. 이제는 사진을 아무리 잘 찍어도 기념품 가게에서 천 원 주고 살 수 있는 엽서의 사진이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찍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그림을 보면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찍을 준비를 합니다. 왜 이렇게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1. 찍는 순간 내 것이 된다고 느낍니다.

찍으면서 대상은 집에서도,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있는 소유물이 됩니다. 예전에는 필름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덕분에 무제한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르는 만큼 제 소유물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신없이 찍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에 가서 수많은 사진을 감상하는 일은 얼마나 될까요? 예전에 찍었던 수천 장의 여행 사진들은 찍는 순간을 만끽하고 다시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밤을 새우면서 물고기를 잡아도 나중에는 다시 놔준다고 합니다. 그저 물고기를 낚을 때의 ‘손맛’을 느끼고 싶어서랍니다. 조금 뜬금없는 비유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탄산수를 좋아합니다. 콜라처럼 설탕의 위험도 없고 그저 상쾌한 탄산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순간의 느낌, 지금 이 상황을 내 소유물로 만들 수 있다는 느낌 말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다시 보면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한때 이런 상황을 저장하고 싶어서 360도 모든 화면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샀습니다. 그래서 여행 때 찍고는 집에서 VR 헤드셋으로 감상하곤 했지만 그 느낌이 되살아나질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순간의 모든 곳을 담은 사진일 뿐, 그때의 느낌은 없었습니다. 결국 것이 된다는 건 환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순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카메라를 드는 건 아닐까요?


2. 감상하는 방법을 모르기에 일단 찍고 본다.

잘 모르는 그림 앞에 서 있을 때 어떤가요? 몸이 근질근질하나요? 학교 과제로, 데이트 코스로, SNS에서 핫하다고 해서 전시회에 왔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이때 여러분은 어떤가요? 저는 일단 손이 근질거립니다. 그리고 나름 비싼 표를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뭐라도 건져가고 싶습니다. 결국 쉽게 손이 가는 건 스마트폰입니다. 일단 찍으면 인스타나 블로그에 올릴 수 있습니다. 그나마 고전 미술이나 건축양식은 감상 포인트를 아름다움에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미술이나 추상미술로 가면 더 이상 이해를 포기하고 무력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시회를 가면 웬만하면 오디오 가이드를 신청합니다. 스페인에서도 사그리다 파밀리아, 까사밀라에서도 오디오 가이드가 한국어를 지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이해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학생 때도 무언가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것을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미술 교과목은 시험 비중도 작았기 때문에 국·영·수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 무언가를 본다는 게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상 포인트를 하나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감상하는 사람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그리다 파밀리아 이후 사람도 굉장히 흥미 있는 주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명 화가들도 반드시 사람을 먼저 그리고 인체를 공부했습니다. 그렇다고 관음증 환자처럼 계속 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같은 그림을 보고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는 것입니다. 나는 지루하다고 느꼈는데 저 사람은 수첩에 무엇을 적는구나. 무엇을 보고 그러는 것일까? 나도 한 번 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점을 예상해 보는 것이죠.

친구가 있다면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점이 제일 멋지냐고 물어보세요.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합니다. 그 이유가 작품성보다는 단지 색이 강렬하거나 멋져 보인다는 할지라도 말입니다. 솔직한 의견을 듣고 자신도 그 시점으로 관찰할 때 감상하는 눈이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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