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열다섯 번째, 불편함이 아이들을 움직인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다 보면 규칙이 필요합니다. 특히 에너지가 넘치고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또한 7일이라는 여행기간은 아이나 성인에게나 긴 시간입니다. 하루 이틀과는 다르게 이 정도 시간이 되면 집에서나 밖에서나 서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과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규칙은 필요합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내건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ㅇ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을 하지 말 것
ㅇ 화장실 갈 때는 꼭 선생님과 함께 가기
ㅇ 전시관이나 중요한 활동 시 스마트폰 금지
ㅇ 선생님보다 앞서 가지 않기
대부분 외부에서의 행동 요령과 스마트폰과 관련된 규칙들입니다. 외부에서의 규칙은 비교적 잘 지키는 편입니다. 아이들 스스로도 외부는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이 많다 보니 주의하는 편이지만 스마트폰과 관계된 점에서는 강한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 스마트 폰을 허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장시간 기내에서의 지루함을 달래고 여행 중에는 사진 촬영과 구글 번역 활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도 게임을 깔고 어느 순간에는 선생님 몰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허락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사용을 자제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유심을 압수하는 것
우리도 해외에서 인터넷이 안되면 답답합니다. 특히 기내에서 스마트폰을 켜도 이북(e-book)이나 동영상 외에는 대부분 인터넷 기반 앱들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90%은 인터넷이 연결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의 경우도 다른 사람과 채팅하거나 함께 할 수 있어야 재밌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엄청난 처벌을 발표합니다. 규칙을 2번 이상 어긴 아이는 유심을 하루 동안 압수한다고 하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생각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을 보며 놀랬습니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효과적인 벌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자주 스마트폰을 만지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이제 주머니에 넣고 이동합시다. 다섯 셀게요”라는 말에 저학년, 고학년 할 것 없이 바로바로 움직였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윽박지르거나 얻어맞곤 했습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큰 소리를 들으며 혼나는 것이 당연했었습니다. 물론 요즘도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엄하게 혼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되면 달라집니다. 소리 지르거나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불편함을 겪으면 그다음에는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귀찮기 때문입니다. 유심을 뺏기면 영상통화는 원장님이나 선생님 핸드폰을 빌려서 해야 합니다. 게임도 여전히 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가 되지 않기에 컴퓨터와 해야 합니다. 재미가 훨씬 반감됩니다. 이러한 불편함이 아이들을 재빠르게 움직이게 했습니다.
후후후. 여기서 비밀기지 위치를 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이 수술도구는 어디에 쓰는 걸까?
흔히 첩보영화에서 주인공이 잡혔을 때 빌런(적)이 하는 말입니다. 고문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날카로운 고문 도구들을 클로즈업합니다. 망치, 메스, 주사기 등을 보면 관객도 눈살을 찌푸립니다. 이런 장면의 연출을 잘할수록 주인공의 위기가 더욱 와 닿습니다.
드디어(?) 첫 번째 벌칙을 받는 아이가 탄생했습니다. 2번의 규칙을 어겨 유심을 제거받게 되었습니다. 그냥 핸드폰에서 압수하기에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앞으로는 어기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화를 내면서 압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두 한 부모님의 귀한 자식들이고 감정적인 대응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연출을 선택했습니다. 먼저 장엄한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모아서 재판을 연다고 말합니다.
자 지금부터 공개 유심 제거식(?)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피고 앞으로.
처음에는 아이들이 킥킥 대고 웃습니다. 이때 선생님은 절대 흔들리면 안 됩니다. 최대한 진지하게,
“너는 네가 무엇을 잘못한 줄 알고 있느냐?”
아이는 끄덕입니다. 이때 어떤 규칙을 어겼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죄(?)를 알 수 있고 변명의 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길을 걸을 대 선생님보다 앞서 나가서 위험할 뻔했고 둘째로는 스마트폰 규칙을 어겼다. 인정하느냐?”
“(여전히 조금은 웃으면서) 네 ㅋ”
이때 선생님은 뾰족한 유심 제거 핀을 보여줍니다. 저는 휴대폰 케이스에 카드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안에 유심 핀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빌런이 수술도구를 보여주는 것처럼 선생님은 휴대폰 케이스를 열고 유심 핀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웃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흥미 있게 이 광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장엄한 음악에 맞춰 아이의 스마트폰에서 유심을 제거합니다. 그 유심은 제 핸드폰 케이스 속으로 사라집니다. 아이는 “안돼~!!” 하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짧은 상황극이었지만 아이들은 이것을 보면서 재미와 함께 규칙을 어길 시에 결과를 보게 됩니다.
이후에는 더 간단해집니다. 아이들이 뭔가 규칙을 어기려고 하면 그저 핸드폰 케이스를 열어 보여주면 됩니다.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유심 제거 핀과 이미 빼앗긴 아이들의 유심이 있기 때문이죠. 빼앗긴 아이중 하나는 큰소리로
저 안에 수많은 영혼이 봉인되어 있어~!!
라고 스토리텔링을 합니다. 저는 거기에 맞춰 “끼야야~~ 살려줘 빨리 나를 꺼내 줘~”라고 서로 콩트를 합니다. 웃기지만 나름대로 강력한 본보기가 됩니다. 이후에 여행 내내 제 핸드폰 케이스는 ‘악마의 봉인함’으로 불렸습니다. 규칙과 어길 시 결과에 대한 것을 재미있게, 하지만 분명 불편함을 겪게 만드는 과정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효과적이고 빼앗긴 아이도 감정적 상처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배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