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페어 인 바르셀로나(MakerFaire B.C)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열두 번째

by 고용석

메이커 페어 인 바르셀로나


메이커 페어에 처음 참여해본 것은 작년 여름 일본이었습니다. 여름휴가를 계획하던 중 예전에 읽었던 책 생각이 났습니다. 제로 투 메이커라는 책을 읽고 메이커라는 개념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삶에 무미건조함에 지친 주최자가 어느 날 손으로 만드는 것에 원초적인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만드는 일에 전념했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가 되고 이후에는 수십만 명이 함께 하는 거대한 축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멋진 스토리에 한 번쯤 참여해 보는 게 버킷리스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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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일본 메이커 페어, 서울 메이커 페어, 파리 메이커 페어를 다녀왔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게스트로, 프랑스에서는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호스트로 참여했습니다. 그 후 1년 후에는 이렇게 바르셀로나에 또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구경하는 시간과 스페인의 다양한 건축, 미술을 보기 위해 게스트로 참여했습니다.


장소는 나우 보스틱이라는 폐공장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꾸며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메이커 페어의 주제도 장소와 알맞게 재활용, 지속 가능한 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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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장이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벽화와 전시장으로 재탄생했습니다.


20191005_150123.jpg 커넥션 - 버려지는 의자의 막대 부분, 대걸레의 막대 부분을 서로 합쳐주는 부품입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했습니다.

많은 작품들이 버리는 가구, 페트병, 전자 제품 등을 활용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은 ‘커넥션’이라는 주제로 버리는 가구의 조각들을 서로 이어줍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버리는 각 부분들의 연결 지지대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버리는 빗자루의 나무 부분을 이어 조명 스탠드로 만들어 줍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버리는 것들을 연결해 주는 개념이 참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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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페트병을 조명으로 재활용한 작품도 재미있었습니다. 전기인두로 페트병에 원하는 패턴으로 녹이고 물감을 칠했습니다. 그 안에 전구를 넣으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됩니다. 아버지와 딸이 참여해서 함께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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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미있는 건 남자아이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led경주였습니다. led테이프를 자동차 경주장 코스에 붙여 놓습니다. 자동차는 바로 led불빛입니다. 빨강과 초록 불빛이 두 대의 자동차입니다. 앞에는 커다란 버튼 2개가 있습니다. 1,2 플레이어 버튼으로 빠르게 연타하는 사람의 불빛이 더 앞서 나갑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아이들이 버튼을 연타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실제로 아이들은 푹 빠져들어 계속 버튼을 연타해서 선생님들은 혹시나 망가뜨릴까 봐 조마조마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코딩 블록들과 박스, 스티로폼을 활용해서 하나의 로봇을 만드는 체험장도 있었습니다.

20191005_151451.jpg 초음파를 이용한 공중 부양 기계. 가운데 스티로폼 공이 떠 있는 게 보이시죠?


코딩과 3D 프린터에만 의존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메이커 페어를 다니면서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 있습니다. 코딩 블록과 3D 프린터입니다. 어려운 코딩을 블록화 시킨 ‘스크래치’는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간편하게 코딩의 개념을 레고 블록처럼 끼워 맞추면 되니까요. 아두이노 기반의 컴퓨터, 센서, 모터들도 블록화 되어 누구나 원하면 단시간에 로봇을 만들고 코딩 블록으로 명령어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발전이 없다는 게 아쉬워집니다. 모든 페어에서 이 블록을 얼마나 더 예쁘게 꾸미는가가 차별점이 된 것 같습니다.

3D 프린터도 초반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형태(톱니바퀴 안에 또 톱니가 들어있는 것 등)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많은 형태를 모두 3D 프린터로만 해결하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박스 형태를 하나 만들려면 길게는 열 시간 이상 걸립니다. 하지만 그냥 만들면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박스를 가공하면 십 분이면 됩니다. 어느 순간 3D 프린터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손으로 영감을 얻어가며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한편으론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서 박스와 폼보드, 아이스크림 막대 만으로 거대한 총과 로봇들을 만듭니다. 만약 같은 크기의 작품을 3D 프린터로 만들려면 아마 수십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이전에 우리의 손이 먼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자르고 붙이는 가운데서 창의성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20180930_173002.jpg 서울 메이커 페어에서 찍은 사진. 직접 손으로 쇠를 구부리는 도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음번에 직접 메이커로서 참여한다면 아이들의 손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직접 자르고 붙이고 두들기면서 만들어 내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실제로 2018 파리 메이커 페어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글루건 팽이를 만들어 현지 아이들과 팽이싸움을 했기 때문입니다.

캡처dfafas.JPG 2018 파리 메이커 페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정리하며..

4차 산업 하면 보통 코딩, 3D 프린터, 가상현실 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야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전에 환경이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활용, 지속 가능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관광이 주 수입원인 바르셀로나의 경우는 더 절실해 보였습니다. 이번 메이커 페어에서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고민과 해결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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