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이유 #1. 한 우물 파기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SBS 홈페이지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생활 달인?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사람들.
삶의 스토리와 리얼리티가 담겨 있는 생활 달인은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
비록 소박한 일이지만 평생을 통해 최고가 된 '생활 달인'의 놀라운 득도의 경지를 만나는 시간.
재미 포인트
1. 보기만 해도 탄성이 터져 나오는 신기한 기술을 보는 재미
2. 열심히 사는 생활 달인들의 감동 사연
3.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생동감 있는 삶의 현장
첫 방송 : 2005년 4월 25일
오랜 세월을 한 가지 분야에서 꾸준하게 종사하며 결국 누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가끔 이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초밥을 만드는 장인은 쓰윽 집어 올린 밥의 무게가 동일하고, 심지어 알갱이 숫자까지 엇비슷하다. 제작진은 이걸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밥알 숫자를 세어보기까지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 번에 열몇 개의 피아노 건반을 눌러 단 하나의 불량을 찾아내는 디지털 피아노 검수 장인도 있었고, 불에 달궈진 유리를 이용해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유리공예의 달인이 소개되기도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렇게 꾸준히 연마해서 놀라운 경지에 이른 이들에게 우리는 달인, 마이스터라는 호칭을 달아주고 존경의 눈길을 보낸다.
세상은 이렇게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로 채워나가는 걸지도 모른다.
강사라는 직업은 어떨까?
물론 평생 한과목만을 가르치며 나중에는 교재마저 필요 없을 경지에 다다른 분들도 분명 있다. 특히 전통적인 과목이라 할 수 있는 분야, 국어, 수학, 역사, 물리학... 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어쩌면 당연히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야의 교육을 맡게 된 분들이 오랜 시간 동안 들인 노고는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는 데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수많은 강사들 중에서 이렇게 한과목만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이들은 정말 선택받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처음에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당시로서는 꽤나 생소한 분야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한동안 무척 힘들었다. 체계적인 강의 프로그램도 잡혀 있지 않았고, 특출하게 잘 나가는 강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훔쳐볼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나는 제일 두꺼운 스프링 노트를 몇 권 샀다.
과목별로 노트를 만들어서 매일 강의가 끝나면 그 노트에 적었다. 무엇을 가르쳤는지,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어떤 농담을 했고 수업시간에 어떤 음료수를 마셨는지 모조리 기록을 했다.
일 년 가까운 기간 동안 담당했던 과정 수강생들이 수료를 하면서 그 노트는 완성이 되었다.
과목별로 서너 권씩 채워진 노트는 모두 스무 권 정도가 만들어졌다.
이후, 몇 년 동안 그 노트는 계속 첨삭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노트를 보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적어도 이 노트들만 갖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 그 노트들은 언제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조차 없다. 아마 이사를 다니는 와중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노트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해지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노트 자체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는 말이다.
많은 분야에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서 과거에 배우고 익힌 것들이 전혀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분야는 그런 부침이 정말 심하다.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으며, 한 때는 대세라 불리던 프로그램이 지금은 일부러 찾으려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살아남아 꾸준히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무수한 개선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실용기술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한 가지만 고집한다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만일 누군가 한 가지만 가르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당연히 그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종내 사라져 버릴 것이다.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어떤 이는 새로운 도전이 주는 긴장과 활력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기를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다른 이는 지쳐 포기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중간 어디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조금 더 적극적이어서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이끌려가기도 한다.
강사를 직업으로 삼고, 강의로 밥 벌어먹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남들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만일 최신 트렌드에 관한 분야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라면 더 정신없이 공부해야 한다.
나는 몇 년간 인터넷 마케팅 분야의 강의를 했었다. 오픈마켓이나 쇼핑몰을 이용해서 물건을 파는 방법은 무엇인지, 물건을 팔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지 강의를 했었다.
몇 년이 지나고 보니 내가 가르치는 내용들이 별로 특별하지 않은 수준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실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했었다. 판매 품목이 무엇인지에 따라 전략을 짜고, 홍보 방법을 찾고, 구매자의 동선을 분석해 주는 일까지 하다 보니 꽤 바쁘고 몸값 비싼 컨설턴트요, 전문 강사였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컨설팅 일은 아예 끊겨 버렸고, 부업 삼아 쇼핑몰을 해볼까 하는 정도의 수강생들 앞에서 그저 그런 강의를 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물론 “부업 삼아 쇼핑몰이나 해볼까?”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내 강의 질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처음엔 특별했던 내용이 이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이 될 정도로 흐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강사”라는 직업을 계속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식당을 운영하면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과 같다. 한 가지 음식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도 많지만, 다양한 음식을 끊임없이 선보이는 식당이 훨씬 많다. 강의 분야가 실용 분야라고 한다면 더욱더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만들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