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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un 06. 2017

1) 나는 왜 강사가 되었나?

1.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

 앞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나는 강사가 될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중학교 시절, 내 꿈은 여고 국어교사였다. 시인이 되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내가 쓴 시와 소설이 국어 교과서에 실리고, 나는 여고생 앞에서 작품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왜 하필 여고 국어교사를 꿈꿨을까?

 문학소년보다는 문학소녀가 훨씬 더 그럴듯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자 국어 선생님이 남학생들 앞에서 사랑과 시를 이야기하는 그림은 별로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학생들 앞에서 사랑에 관한 시를 말하고, 소설 속 주인공을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이 제법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런 멋진 국어교사가 되는 꿈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만 말이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편입을 해서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잠깐 학원에서 컴퓨터 그래픽 강의를 하다가, 대학 편입 후 본격적으로 학원 강사가 되었다. 학업과 병행하기에 제법 괜찮은 직업이라는 이유였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 되돌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강사라는 직업이 제법 익숙해질 즈음, 나는 스스로 꽤 실력이 좋은 강사라는 착각에 빠졌다. 그렇게 나는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강사로 열심히 뛰던 그때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쉽게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한 직업군이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새벽과 저녁에는 각각 다른 학원에서 강의를 할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쉽게 강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악착같이 강의를 하기 위해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강의를 의뢰하기 위해 연락을 해왔고, 나는 조건을 따져가며 골라서 강의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강의 자리를 고르는 못된 습관이 생겨버렸다. 내가 25년을 무명 강사로 살게 되는 시발점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어느 순간 중요하지 않은 시절이 있을까마는,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는 정말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어떤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일을 시작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후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가 되면 참으로 많은 요소들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이 직업이 내 적성에는 맞을까?

 이 직업을 선택하면 나는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성급하게 선택해서 나중에 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내가 이 일을 정말 잘 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이르면 정말 머리가 터져나가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가 된다.


 물론 나 역시 이런 고민을 했었고, 그렇게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힘든 시간을 거쳤다.

 내가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그 경우의 수에 사실 “강사”라는 직업은 없었다.

 편입을 해서 남들보다 몇 년 늦게 대학을 졸업하던 그때, 나 역시 대기업에 입사 원서를 넣었고 입사 시험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연애를 하게 된 것이다. 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현실의 고통보다는 확실한 현실의 만족과 행복을 선택했고, 그 결과 나는 전문 강사가 되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 시간이 싫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해야 하고, 훨씬 여유 있게,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일을 할 수 있는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게 느껴졌다.


 이런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판단을 했었다.

 게다가 내가 강사가 되기로 결정하던 그 시기에 강사라는 직업은 꽤나 유망한 직종으로 꼽히고 있었으므로...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시험도 치러야 하고, 면접을 거쳐서 합격통지를 받으면 건강검진도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 인성, 적성 검사도 받아야 한다.

 강사라는 직업 역시 잘 맞는 성향이 있을 것이고, 성향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한 번도 이런 과정을 거쳐본 적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 삼십 분도 못 채우고 뛰쳐나갈 때, 난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절대 강사 안 할 거야. 난 정말 이 일이 맞지 않아! “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강사를 직업으로 선택했고, 잘 적응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강사라는 직업이 내 적성에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은 아침에 눈뜨기조차 싫었으니 말이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이 끔찍할 정도로 싫었고 학생들 앞에 서면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2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안 좋은 습관도 있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나는 정말 말이 빠른 편이다.

 한참 강의를 하고 나서 “질문 있나요?”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이런 말을 들었었다.

 “선생님. 말이 너무 빨라서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한다. 천천히...

 하지만 내 말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나중에는 학생들이 포기하고 말았다.

 이 말 빨리 하는 습관을 고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말이 꽤 빠른 편이기는 하지만, 강의를 할 때는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는데, 천천히 말하기 위해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다.

 이렇게 시작된 강의를 25년간 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나이 오십 줄에 접어든 중년의 이름 없는 강사일 뿐이고, 그나마 밥줄 끊길 걱정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TV를 보면 말끔하게 차려입은 멋진 강사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동적인 시간을 만들어간다. 가끔은 눈물을 펑펑 쏟는 수강생도 보인다.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여가며 좌중을 휘어잡는다.

 부럽다.

 나도 저 자리에 서면 저 정도의 강의, 강연 스킬을 부릴 수 있는데...

 나도 감동적인 스토리로 감명 깊은 강의를 할 수 있는데...

 왜 나에겐 저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내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

 무엇이 나를 25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했으면서도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시시한 강사가 되게 만들었을까?


 이제 내 25년의 문제점을 하나씩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쩌면 앞으로도 여전히 강의를 해야 할지도 모를 나를 위해...

 어쩌면 나처럼 25년 동안 강의를 하며 피곤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를 그 누군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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