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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un 06. 2017

1.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

 나는 25년간 강의를 했다.

 지금 난 더 이상 강의 자리를 찾지 못해 실직 상태나 다름없는 신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딱히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좌충우돌 마구 들이대는 성격도 아니다. 강사라는 직업이 좋아서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무슨 거대한 사명감이 있어서 지금까지 25년간 강의를 해온 것도 아니었다.

 군대 제대하고 아르바이트 삼아서 동네 컴퓨터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간단한 컴퓨터 조작법을 가르치던 게 시작이었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하게 된 시발점이었을 게다. 물론 그때는 노느니 염불 한다고, 잠깐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그 이후 본격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하게 되었고, 국내에 컴퓨터 그래픽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아는 게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원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 학원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했던 날이 기억난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달랑 한 명이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대생이었다.

 상당히 내성적이었던 나는 무척 긴장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죄송합니다.” 한마디 던지고 중간에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그 여학생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날 밤, 학원 원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괜찮다고,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당시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분야가 막 시작되는 태동기였고, 따라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였을 게다. 원장님께서는 좋은 말로 나를 설득하셨고, 나는 한 달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발을 담근 학원 강사 생활은 나로 하여금 지금까지  “강의로 밥벌이하는 남자”가 되게 했다.     

 25년 동안 “강의”를 했다. 학원에서, 직업학교에서, 대학교에서, 노인문화센터에서, 가끔은 기업이나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가르쳤고,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디자인, 대학에서는 디자인론이나 색채학과 같은 이론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고, 인터넷 마케팅, 쇼핑몰 운영, 블로그나 SNS에 관한 내용을 가르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잠깐이기는 했지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대화를 주제로 강의한 적도 있다.

 일대일로 개인교습을 한 적도 있고, 많게는 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 경험도 있다.

 한두 시간짜리 단발성 특강을 진행해보기도 했고, 정규강좌로 꾸준히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해본 경험도 있다.


 두어해 전, 사회적인 분위기와 개인적인 이유가 맞물려 갑자기 강의를 그만두게 되었다.

 지금 나는 강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강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격히 줄었고, 가뭄에 콩 나듯 의뢰를 받으면 어쩌다 한 번쯤 강의를 하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렇게 나는 강사라는 직업을 마무리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와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상황에서 여전히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며칠 전, 사흘짜리 짧은 단발성 강의를 진행했다.

 마지막 날, 수업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수강생 한 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강사라는 직업... 괜찮은가요?”

 그 자리에서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제 입장을 묻는 거라면...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할 만합니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으니까요. 만일 강사라는 직업이 추천할 만한 거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질문은 내게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사실 언젠가부터 나는 “강사”라는 직업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몇 마음이 맞는 분들과 유통과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큰 성과는 없지만 어쨌든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강의와는 더욱 관련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받은 그 질문이 여전히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

 “강사라는 직업... 괜찮은가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싶다.

 “강사라는 직업...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대답이 맞는가 싶다.


 25년 동안 나는 강의를 했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무명 강사일 뿐이고, 보따리 장사일 뿐이다.

 인생의 절반을 한 가지 일을 해왔다.

 그런데 난 그 분야에서 전혀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만일 이렇게 “강사”라는 직업을 내려놓는다면... 난 그동안 도대체 무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친구 녀석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야! 어떤 사람은 강의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유명한 스타강사도 되던데, 넌 뭐냐? 그냥 흐지부지 그렇게 끝나는 거야? 시시하다. 시시해.”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기에 나는 25년 동안 무명 강사로 살게 되었을까?

 한 번 제대로 짚어보고 싶다.

 25년 동안 성공하지 못한 강사라면...

 그동안 강사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정리를 하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실패한 강사로 25년을 살 수 있다.”


 그래서 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


  25년 무명 강사가 말하는...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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