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른 어른들

어린이 복지 현장의 어른 이야기

by 열무샘

날씨가 오락가락, 왔다갔다, 뒤죽박죽, 엉망진창, 아무튼 그렇습니다. 추웠다 더웠다는 기본이고, 우박이 내린 다음 쨍한 하늘을 만나고, 봄꽃 위에 눈이 내리는 걸 쳐다보아야 합니다. 날씨가 이렇게 변화무쌍하면 몸이 영향을 받습니다. 좋은 영향이 아니라 주로 나쁜 영향입니다. 두꺼운 옷 때문에 땀을 뻘뻘 헐리거나, 얇은 옷 때문에 벌벌 떨거나. 진짜 문제는 마음과 감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거지요. 역시나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당연하지 않나요? 날씨가 엉망진창인데, 몸이 엉망진창인데, 마음과 감정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좋지 않은 날에는 어린이를 만나는 게 두렵습니다. 찌뿌둥한 컨디션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어린이들은 좀처럼 제 마음 따위는 모릅니다. 어느 날은 어린이들에게 화를 내고 혼자 울었습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 창피해서요. ‘나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내가 더 잘못했지.’ ‘이제 아이들 만나는 일을 그만둘 때가 되었나.’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다음 날 눈을 뜨고 어린이들을 또 만났습니다. 그날 저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을 다 해서 좋은 어른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역시나 부끄러운 어른이었을까요? 어린이 옆에 있는 어른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저는 그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무슨 잘못을 하고 어떤 반성을 했는지 다 까먹고,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어른인 저는 잘 바뀝니다. 특히 어린이들을 만날 때면. 화내는 어른이었다, 위로 잘하는 어른이었다, 냉정한 어른이었다, 잘 웃는 어른이었다. 한 사람인 저도 이렇게 변하는데, 어린이 옆에 있는 어른 한 사람, 한 사람이 비슷하거나 같을 리는 없습니다.


어떤 어른은 빠르고, 어떤 어른은 늦고, 어떤 어른의 말투는 다정하고, 어떤 어른의 말투는 무뚝뚝하고. 다 달라서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 다른 건 ‘사실’입니다. 부정하거나, 극복하려 해도 바뀌지 않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린이 옆에 있는 어른은 모두 다르다.’


까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뒤죽박죽 날씨가 지속되더라도, 언젠가 꽃은 피고, 꽃은 지는 것처럼, 우리가 다 다르더라도 어린이 옆에 있다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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