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원 Mar 21. 2017

세월


낮에 잠시 집에 들렀다가 경비아저씨를 뵈었다. 아저씨는 돌아서서 누군가를 꽤 오랫동안 바라보고 계시다가 나와 마주치자 “저기 저 여자가 누군 줄 아슈?” 물으셨다. “글쎄요??”


아저씨 말씀인즉슨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저 여자가 젊은 시절에 '유명한 춤 선생’이었단다. 그녀는 얼마나 춤을 잘 추었는지 춤으로 견줄 여자가 없었고 하도 인기가 많아서 항상 남자들에 둘러 쌓여있었다고 덧붙이시는 걸 잊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어디서 써주는 사람도 없고 저 여자도 별수 없다.”시며 아쉬움인지 혹은 세월의 무상함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을 보이셨는데 그녀의 남편인 영감님은 몇 해 전에 병마로 쓰러져 돌아가셨단다.  경비아저씨는 대략 70대 중 반 정도, 뒷모습만 보아서 아쉬웠던 할머니는 70대 후반 정도 되셨다 한다.


경비아저씨는 당신이 아는 한 여자의 역사를 내게 털어놓는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세월엔 장사가 없죠. 그래도 저분은 멋진 삶을 사신 것 같으니 저로선 부러운데요?!”^^ 얘기를 나누고 나는 떠났는데 아저씨의 그 마음을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아서 마음에 남는다.


누구나 다 삶을 정리하는 날이 오게 마련이다. 준비된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뿐...
나는 그 할머니가 세월의 허망함만으로 노년기를 우울하게 보내시지 않으시면 좋겠다. 당신의 열정적이었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현명하고 멋진 할머니 시기를, 하고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