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색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명운 Oct 29. 2022

어두운 밤의 날들

묻어버린 꿈

잃어버린 희망

암울한 미래

,무너진 신념과

버려진 가치들이 뒹구는 폐허에

켜켜이 쌓인 먼지의 무덤.

불안과 우울에 잠식당한 영혼에게

신은 없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막연한 믿음도

이미 병든 영혼을

수렁에서 건져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이유 또한

찾아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없었다.


나의 기도가

원하는 것을 구하지 않고

더 이상의 불행이 없기만을 빌었을 때,

간절했던 내 영혼 길을 잃었고

그렇게 어두운 밤의 날들이 시작되었다.


길고도 지리한 불면의 밤이 지나

살아야 할 이유로 새벽이 오면,

저당잡힌 시간에 기계처럼 눈을 뜨고

고장난 나침반 같은 시계바늘 위를

절망에 취해 위태로이 걸었다.


폐허가 된 장미화원 둘레를

미련 없이 걸을 때조차

또 다른 아침에 대한 기대는

황혼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믿었던 것들에 짓눌린 구부정한 모습으로

시간의 모래밭 발자국을 그릴 때,

시든 장미가시에 찔린 손끝에서 흐르는

검붉은 핏방울

혼돈을 부르는 기억의 소용돌이에서 휘몰아치는

영혼의 현기증


갈 곳을 몰라 멈춰버린 발길..

매거진의 이전글 사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