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의 법정 : 신화 속 현대법 읽기](3) "철의 침대와 적합성의 폭력: 오늘날의 프로크루스테스를 생각한다"
한밤중, 아티카의 달빛 아래 철제 침대가 기다린다. 그 차가운 금속 위에서 수많은 영혼이 울었다.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는 독특한 강박을 가졌다. 모든 여행자를 자신의 침대 길이에 맞추었다. 크면 자르고, 작으면 늘렸다. 완벽한 '적합성'을 추구하는 그의 광기는, 결국 테세우스의 칼날 아래 스러졌다. 자신이 만든 침대 위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처벌받은 것이다.
#1. 표준이라는 이름의 폭력
현대 사회는 보이지 않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수능 표준점수라는 철제 침대에 눕혀지고, 직장인들은 KPI라는 자로 재단된다. 이력서의 규격화된 양식에서 SNS의 영향력 지표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기준'에 맞춰 변형된다. 이 폭력은 '최적화'와 '효율성'이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포장된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가 자신의 여관을 '완벽한 휴식처'라고 광고했을 것처럼.
#2. 법의 칼날, 그리고 정의
형법적 관점에서 이는 특수강도살인에 해당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동의'의 문제다. 2023년 대법원은 한 대기업 부당해고 사건에서 "형식적 동의가 강압적 환경에서 이루어졌다면 무효"라고 판시했다. 현대의 프로크루스테스들은 더 교묘하다. 취업규칙과 평가지표에 서명하게 하고, 플랫폼의 이용약관에 동의하게 한다. 자발성이라는 가면을 쓴 강제다.
#3. 적합성 평가의 함정
한 시인은 "모든 영혼은 자신만의 색깔로 빛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이 다채로운 빛을 흑백의 점수로 환산한다. 2022년의 협력사 부당기준 배상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모든 폭력에 대한 경고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을 때, 그것은 "남이 만든 기준으로 너를 재단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4.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알고리즘이 새로운 프로크루스테스가 되었다. 추천 시스템은 우리의 취향을 '최적화'한다며 점점 좁은 동굴로 몰아넣는다. 채용 AI는 '적합한 인재'라는 이름으로 획일적 인간상을 양산한다. 2024년 한 IT 기업의 AI 면접관이 지원자들을 특정 패턴으로만 평가해 논란이 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의 AI 규제법은 이런 디지털 철제 침대에 대한 최초의 법적 저항이다.
인간의 영혼은 어떤 침대에도 꼭 맞지 않는다. 그것이 프로크루스테스가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진실이다. 그의 침대는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희생자를 찾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규격화될 수 없으며, 가장 귀중한 것은 측정될 수 없다는 것을.
"완벽한 적합성을 추구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가장 신비로운 부분을 잃어버린다. 마치 나비의 날개를 자로 재려는 것처럼." - 파스칼 메르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