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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H Oct 14. 2020

여주 주택 (2018)

4. 경량 목구조에 대한 소고

여주 주택의 경우 선택 가능한 여러 구조 중 경량 목구조를 선택하였다. 앞으로 이야기할 기나긴 내용들에 앞서 기본적인 경량 목구조에 대한 생각들을 매우 짧게 서술하려 한다. (경량 목구조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중력과 횡력에 저항하는지에 대한 개론적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므로 생략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경량 목구조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집이 숨을 쉰다고 들었다.

왠지 자연친화적일 것만 같다.

뭔지 모르게 따뜻하다고 한다.

기타 등등 '나무'라는 재료에 의해 형성된 고정관념들.


이런 얘기들은 사실 잘 와 닿지도 않을뿐더러 대체로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사람들의 관념에 기대어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 정보의 옳고 그름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경량 목구조가 타 구조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만한 장점을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집과 땅이 작을수록 타 구조보다 실내면적 확보에 유리하다.

미미하게나마 아직 타 구조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리하다.

공사 중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변경사항들에 대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1. 경량 목구조는 대게 2X4(인치 기준 표기법. '투 바이 포' 라 읽으며 mm 단위로 환산하여 실제 자재 치수로 표기하면 38X89가 된다. 이하 표기 모두 상동.), 2X6(38X140)의 치수를 가진 나무들을 407mm 간격으로 세워 벽을 만들고 2X8(38X184), 2X10(38X235), 2X12(38X285)의 치수를 가진 나무들을 역시 동일한 간격으로 얹어 지붕을 엮게 되는데(왜 407mm인지 혹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의 기술적 이야기는 앞으로 다룰 '시공 파트'에서 세세하게 전개하기로 한다.) 치수로 보다시피 골격을 이루는 자재의 두께 자체가 얇은 편이고 단열재가 구조 속에 들어가게 되어 결과적으로 내외장재를 모두 포함한 벽체 전체 두께가 얇아진다. 같은 바닥 면적이라면 벽체가 얇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실내 영역을 몇 cm나마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주택에서는 단 cm로 인해 들어가지 못하던 가구가 들어가거나 동선이 해결되는 일이 발생하고 건물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이 몇 cm는 더욱 크리티컬 해진다. (10cm 때문에 집 전체의 레이아웃이 정리가 안될 때도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법적으로 정해진 단열재의 성능과 두께가 다르며, 중단열 외 추가적인 단열을 시행할 시 벽체의 두께가 늘어날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외단열을 적용하고 외단열은 면적 산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여전히 면적 확보에 유리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2. 일반적으로 경량 목구조가 주택에 주로 사용되는 타 구조들 - 철근 콘그리트조(RC), 경량 철골조, 중목 구조 등 - 에 비해 시공 가격 면에서 현저히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매우 현격한 차이를 가진 것은 아니다. 재료가 '나무', 즉 '유기물'이기 때문에 뼈대를 세우는 일 이외에도 이 재료가 자연적 현상에 의해 손상을 입지 않게끔 반드시 함께 적용해야 할 다른 재료나 공법들이 있고 이러한 것들을 고려한 내용 까지가 구조의 영역이라 판단되므로 사실상 경제적 측면에서 타 구조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만 타 구조들보다 재료 자체의 가격이 낮고 수급이 원활한 편이며 기능공의 임금이 약간 낮은 편이라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3. 설계를 아무리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막상 시공이 시작되어 물리적으로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설계 때와는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작게는 개구부(창, 문)의 위치 및 크기 변경부터 크게는 벽의 이동, 내부 레이아웃의 변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목구조의 경우 타 구조들에 비해 이러한 변경에 대한 대처가 매우 용이하며 이것은 큰 장점에 속한다. 예를 들어 창을 가로로 긴 방향으로 설계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세로로 긴 방향이 더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판단되어 창의 모양을 변경하고자 한다면, RC조의 경우 하루 이틀이 걸릴 일을 경량 목구조에서는 단 몇 시간이면 가능하다. 그만큼 변경에 용이하며 그 결과 변경에 필요한 경비의 절감에도 유리한 것이다.


그 외 단열, 화재나 지진 상황에서의 유리함, 재료 자체의 친환경성, 목재의 조습 기능 등은 타 구조에서도 충분히 성취할 수 있거나 내외부 마감재 등 구조 외에 사용하게 되는 재료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한 내용인 경우가 많아 그것이 경량 목구조만의 고유한 장점이라 말하기 힘들다고 본다.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으면 꼭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RC조를 주로 하시는 분들은 목구조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목구조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목구조가 인간에게 가장 친화적인 구조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단점이 없는 재료가 없고 장점만 있는 재료도 없다. 어떤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여 사용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나무'라는 재료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또한 매우 섬세한 재료이기도 하다. 수축, 팽창, 뒤틀림 같은 물리적 변형부터 화학적 변형에 이르기까지 나무라는 재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물과 습기이다. (그나마 물은 보이기라도 하지만 습기는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목구조의 내구성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갖는 것은 바로 물과 습기를 차단 및 배출해주는 공법과 디테일에 있다.


요즘엔 경량 목구조로 지어진 주택이 매우 흔하다. 유튜브만 검색해봐도 자신들의 작업물을 홍보삼아 올리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으로 경량 목구조를 가르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본인이 설계 석사 학위를 취득한 '건축전문대학원'에서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타 구조에 비해 학문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설계자는 일일이 영어로 된 각종 논문과 연구 도서들을 찾아서 봐야하므로 귀찮음을 핑계로 제대로 된 학습을 등한시하게 되고, 시공자는 도제식으로 현장에서 곁눈질로 배우거나 'XX 목조 학교'라는 곳에서 고작 몇 개월 배운 후 자신이 기술자라 칭하며 공사현장을 맡는다.(그러고선 경력을 부풀린다. 숙련된 목수들은 초급자를 알아보나 일반인은 숙련자와 초급자를 구분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재료를 다뤄야 하는가'와 '왜 이 재료를 이렇게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가장 큰 질문이 빠진 채로 1년에 수 만 채가 경량 목구조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보니 경량 목구조에 대한 왜곡된 설명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유튜브를 믿지 마시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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