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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H Feb 02. 2021

여주 주택 (2018)

6. 시공 편 - 기초

1. 기초 콘크리트 도면 확인


예전에는 경량 목구조의 경우 구조계산서가 필수 서류가 아니었다. 철근콘크리트나 철골 같은 경우 재료 자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재 하나하나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모두 균일하게끔 만들어 낼 수 있는 반면 목재는 재료의 특성상 같은 부재라도 심재 / 변재 차이, 함수율 차이, 수종 차이 등에 따라 균일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구조를 계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목구조에 대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점, 일반적으로 목구조는 지진에 강하다고 생각하는 점, 목구조 건축물은 이미 법적으로 높이와 층수에 제한을 두고 있는 점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구조가 크게 안전의 문제로 연결된다고 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몇 차례의 큰 지진 피해를 겪으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면서 2017년 12월 건축법 개정으로 2018년부터는 경량 목구조의 경우에도 구조계산서가 필수 서류로 요청되었다. 구조계산서를 받아보면 아래와 같이 기초 콘크리트의 구조 도면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냥 도면대로 시공하면 된다. (이 당연한 게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바닥난방을 하기 때문에 줄기초보다는 매트기초를 선호하는 편이며 그에 따라 대부분 기초 구조도면은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는 한 매트기초를 기본으로 작성된다.


구조계산서 내에 기초 도면 예시. 도면대로 시공하면 된다.


철근은 상하부 이중 배근을 원칙으로 하며 철근의 굵기와 배근 간격은 도면을 기초로 시공하면 된다. 가령 도면에 HD13@300이라고 쓰여있다면 이것은 13mm 철근을 300mm 간격으로 배근하여 시공하면 된다는 뜻이다. 콘크리트의 두께 역시 도면에 명시되어 있다.


기초 콘크리트를 위해 이곳저곳에 견적을 받으러 돌아다녀보면 '이 정도면 11mm 철근을 사용해도 된다.' 라거나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충분하다.' 라거나 하는,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은근슬 도면대로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자꾸 어렵게 가지 말고 그냥 도면대로 시공할 것을 추천한다.


2. 주변 상황 사진으로 찍어 기록 남겨두기


여주 프로젝트는 날씨가 매우 쾌청했던 2018년 5월 1일에 시작되었다. 먼저 추후에 있을 분쟁과 민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변 건물들 중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일법한 부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이미 건물에 크랙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추후 분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북쪽과 서쪽으로는 인접 건물이 없는 상태였고 남쪽으로는 긴 담이 있어 별 문제가 없었으나 서쪽에 있는 건물은 노후되어 이미 크랙이 발생되어 있었다. 혹여나 추후 '여기 공사 때문에 우리 집에 크랙이 생겼다.' 식의 분쟁의 우려가 있어 보여 미리 사진을 찍어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이런 상태였다.'는 것을 사전에 증거로 남겨놓는다.


3. 규준틀 그리기


현장 용어로는 '야리가다 놓는다'라고 표현한다. 측량을 통해 나대지 상태인 땅에 집이 앉혀지는 모양새를 실을 띄우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집이 앉혀질 모양의 꼭짓점들에 말뚝을 박고 실로 연결하고 있다.


4. 성토/절토, 터파기, 잡석 다짐, 상하수 및 전기설비, PE필름 깔기, 버림 콘크리트, (PE필름 깔기), (단열재), 철근 매기, L앵커 철근 결착, 콘크리트 양생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기초 시공이다. 대체적으로 위 제목 순서대로 시공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단순히 단어 몇 개로 공정이 나열되어 있으나 깊게 들어가면 하나하나의 공정이 모두 디테일한 기술적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왜 이 공정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장 상황이 매우 특수하지 않다면 대부분의 경우 저 공정들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성토/절토는 땅의 기본적 레벨 차이 극복 및 땅과 건물의 레벨 차이에 대한 이야기이니 넘어가고 그다음 공정들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보자.


터파기는 '동결심도'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는 공정이다. 땅은 기본적으로 습기를 머금고 있다. 그리고 그 습기들은 겨울이 되면 얼게 되어 땅 자체의 부피를 상승시킨다. 따라서 터파기를 하지 않고 그냥 기초를 설치하면 겨울에 땅이 기초를 들어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땅이 얼지 않는 깊이까지 판 다음 기초를 그 깊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땅이 얼지 않는 깊이'가 수치적으로 얼마인지는 지역별 수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된다.(물론 그 지역별 수치도 사실 '도로포장용 수치' 이므로 실제 건물은 그 수치보다 낮게 잡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300mm 정도 파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잡석 다짐 및 PE필름 깔기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기초 콘크리트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절차이다. 많은 사람들이 콘크리트는 기본적으로 방수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세관 현상'이라 하여, 콘크리트의 공극이나 극이 모세관 역할을 하여 습기를 빨아 당기는 일이 일어난다. 따라서 잡석을 다져 1차적으로 모세관 현상을 막고(잡석 사이의 공극이 커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PE필름을 깔아서 잡석의 큰 공극 사이로 올라오는 습기를 한 번 더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PE 필름은 추후 버림 콘크리트 타설 시 콘크리트 속에 함유된 물이 잡석 사이로 빠져나가 잡석과 콘크리트 사이에 공극이 생기고 콘크리트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버림 콘크리트는 잡석 위의 면을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1. 다음 공정인 단열재를 놓을 경우 단열재와 콘크리트 사이에 틈을 최대한 적게 주게 되고 2. 철근을 맬 때 바닥 수평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되어 일이 편하며 3. 철근 작업 이후 다시 콘크리트를 부을 때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콘크리트의 강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버림 콘크리트 위에 단열재를 깔 경우 PE필름을 한 번 더 시공해주는 것이 좋다. 보통 버림 콘크리트는 강도 180에 슬럼프 값 8을 사용한다. 이 치수에 대해서는 콘크리트 타설에서 한 번 더 다루기로 한다.


(기초 단열재는 기본적으로 도면에 표기된 두께와 성능을 가진 재료로 시공하면 되나 단열재의 종류, 놓는 위치, 놓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기술적 해설들이 존재하고 일반인이 굳이 그 내용들을 모두 알 필요도 없으므로 세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철근 매기는 기본적으로 상하부 이중 배근(복배근이라고도 한다)이 원칙이며 상부 배근과 하부 배근은 교차 배근이 원칙이다. 가령 철근 간격이 300mm라면 상하부 배근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위에서 자로 재면 상하부 철근의 투시 간격이 150mm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철근의 간격을 자로 잰 사진은 추후 사용승인 시 제출서류 중 하나이므로 무조건 도면에 근거해서 배근해야 한다. 철근이 지면에 붙어있으면 콘크리트 속에서 인장력을 획득할 수 있는 피복두께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닥에서 띄우게 되는데 대부분의 현장에서 '스페이서' 대신 '시멘트 벽돌'을 사용한다. (정확한 피복두께와 필요한 인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페이서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긴 하나 많은 현장이 그냥 시멘트 벽돌을 사용하므로 '스페이서'를 써달라고 얘기해봐야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피복두께의 오차를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


 해야 하는 공정을 다 하면 콘크리트 타설 전 대략 이런 상태가 된다.


L 앵커 철근 결착목구조에 한하여 이루어지는 공정으로 내진성능과 관련이 깊은 항목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작업은 '지진으로 인해 기초와 벽이 서로 따로 놀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초에 길이 300 - 400mm 정도의 (일반 철 앵커가 아닌) 스테인리스 L 앵커를 약 900mm 정도의 간격으로 이중 배근의 하부 철근과 엮어놓는 공정이다. 정이 특히 붉은색으로 표시된 이유는 대부분의 목구조 현장에서 이 공정을 콘크리트 타설 전에 선시공하지 않고 타설 후 앵커볼트를 시공하는 것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앵커볼트는 내진설계과정에서 요구하는 내진성능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커볼트로 대체하여 후시공하는 이유는 1. 시공회사에서 스테인리스 L 앵커를 몰라서 하지 않는 경우 2. 재료는 지만 L앵커 사용 시 추후 골조 공정에서 수평을 맞추기가 매우 귀찮아지기 때문에 3. 시공자가 '목구조는 원래 지진에 강하니 앵커볼트 정도면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경우 등이 있고 아예 애초부터 앵커볼트조차 시공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 (내진설계 이행 사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사용승인 제출서류에 포함되기도 하고 포함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스테인리스 L 앵커'를 '하부 철근에 결착'하여 '900 이하의 간격으로' 시공할 것을 요구하시길 바란다.


사진에 화살표로 표시된 튀어나온 청테이프들이 바로 스테인리스 L앵커이다. 콘크리트가 앵커에 뭍을 경우 볼트가 잘 안 들어가므로 보양의 일종으로 테이프를 붙였다.


콘크리트 타설에서의 고려사항은 콘크리트의 강도와 슬럼프 값, 골재 크기, 타설시의 기후이다. 강도는 말 그대로 콘크리트의 강도를 뜻하고 슬럼프 값은 콘크리트의 유동성(얼마나 되거나 묽은지, 즉 얼마나 잘 퍼지는지)을 뜻하며 골재 크기는 콘크리트에 들어있는 골재의 크기를 뜻한다. 현 콘크리트 시장에서 골재의 크기는 사실상 25mm 아니면 40mm밖에 없고 그나마 대부분이 25mm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고려할 사항은 아니며 실제로는 강도와 슬럼프 값이 중요하다. 강도와 슬럼프 값은 사실상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강도가 센 만큼 되고 묽어질수록 강도는 약해진다. 위에서 잠깐 언급하였듯 보통 버림 콘크리트는 강도 180에 슬럼프 값은 8을 주로 사용한다. 강도는 조금 약해도 되지만 말 그대로 버린다는 개념이기에 거푸집이 없고 따라서 너무 묽으면 확 퍼지기에 유동성이 적은 콘크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초에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강도 210 - 240에 슬럼프 값은 12를 사용한다. (콘크리트가 사용되는 영역에 따라 워낙 선택지가 다양하므로 '일반적'인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다.) 그외 혹서기/장마철/혹한기는 콘크리트 양생에 좋지 않은 환경이므로 가급적 타설을 피하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다면 혹서기에 수분이 너무 빨리 마르지 않게/장마에 완전한 양생 전 비를 너무 많이 맞지 않게/혹한기에 수분이 얼지 않게끔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처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기초공사 전 현장과 기초공사가 모두 끝난 후의 현장




자, 이렇게까지 나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현장에서 터파기부터 타설까지의 공정 중 몇 가지 공정을 빼고 시공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1. 시공사가 도면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2. 경험이 매우 현저히 부족하거나 3. 알아도 귀찮으니까 이전 공사에서 공정을 빼먹고 시공해본 경험을 근거로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4.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통 3번이 대다수이고) 1 - 3번의 경우야 감리가 현장을 다그쳐서라도 밀고 갈 수 있으나 4번이 참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시공사의 입장에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의 한계치는 이미 나와있을 것이다. 그것을 공간/재료/디테일 등에 예산을 나누어 사용하여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건축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어떤 부분에 더 많은 예산이 사용된다면 다른 어떤 부분은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예산이 매우 넉넉하면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런 일은 없다. 예산이 10억인 주택도 역시 어떤 부분에 힘을 줄지, 어떤 부분을 절감해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 일반적으로 시공사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려 하고, 그 '잘 보이지 않는 곳' 리스트 중 가장 첫 번째가 바로 기초이다. 건물이 들어서고 나면 그 누구도 기초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기초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으면 누수, 단열, 곰팡이 같은 생활에 영향을 주는 부분부터 건물이 기울거나 크랙이 발생하는 등의 구조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하자의 위험을 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기초 부실 공사로 인한 하자가 발생했을 시 손을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집을 해체하지 않는 다음에야 기초를 다시 만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초에 예산을 아끼지 마시길 권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많은 예산을 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자면, 적어도 3군데 이상의 업체에게 도면을 기초로 한 세부 견적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최. 저. 가. 입. 찰. 을. 하. 지. 말. 고. 가운데 금액을 제시하는 곳으로 선택하시길 권한다. 이 방법이 그나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기초부터 마감까지 모두 도급 계약으로 넘긴다면, 그 또한 3군데 이상의 견적을 받아 비교 후 가운데 금액을 제시하는 곳으로 선택하는 게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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