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노코도를 걷자 05
춥다.
타키지리에 대한 우리의 감상이다. 춥다. 그것도 엄청! 타나베에서 고작 18km 떨어진 타키지리의 기온은 타나베의 그것에 비해 충격적일 만큼 낮았다.
“산 속이라 호텔도 없을 텐데. 오늘 밤 잠은 어서 자냐.”
내가 구시렁거렸다. 애초에 호텔 갈 돈도 없지만 말이다.
“야영할 확률이 크지. 근데 이래 가지고 야영할 수 있겠어? 야영은커녕 걷다가 얼어 죽게 생겼네.”
조금 걸어가자 쿠마노코도 관광정보센터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머리를 하나로 바짝 묶은 중년의 여자분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헬로우? 인사를 하니, 여자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두유 스피크 잉글리쉬? 내가 물었다. 여자분은 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은 안 통하지만 어떻게든 정보는 캐내야 한다. 해보자.
“쿠마노코도. 캠핑? 아리마스까? (‘쿠마노코도에 캠핑장 있습니까?’라는 뜻의 나의 어설픈 일본어)
“에?”
“캠핑. 캠핑.”
“아! 캠핑! 아리마스 아리마스.”
“아.”
“레져베쇼오.”
“왓?”
“레져베쇼오.”
“아, 레저베이션? 예약해야 한다고요?”
“하이 하이. 유 콜. 유 콜.”
“에?”
그러니까, 캠핑장을 이용하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내가 직접 전화하라고?
“Can I make a reservation on the phone in English? (예약전화를 영어로 할 수 있나요?)”
더스틴이 물었다.
“노.”
“….”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이 자리에서 일본어를 당장에 습득해서 전화를 걸어야 하나. 숙박 예약이 가능한지, 위치가 어딘지, 가격이 얼마인지 등등을 알아내야 하는데. 그냥 나가자. 더스틴이 말했다. 에라이, 일단 걷자. 어떻게든 되겠지.
쿠마노코도 순례길 입구. 입구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서 한 봉지에 100 엔하는 귤을 팔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상점 옆으로 난 좌판들은 모두 비어있었다. 귤을 사서 까먹고 있으려니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조용조용한 마을 사람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조용조용하게 좌판을 벌였다. 우리가 오를 산길을 올려다봤다. 산 역시 조용조용하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쿠마노고도 순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