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갯벌체험
언젠가 한 번은 꼭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던 갯벌체험을 하고자
별다른 계획 없이 무작정 대부도 탄도항으로 향했다.
바다라면 무조건 동해라지만,
가끔씩 찾게 되는 서해는 깊고 푸른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서해 바다에 가면 늘 반갑게 맞아주는 갈매기들.
가까이서 보는 갈매기는 눈매도 부리도 진짜 매섭다.
새우깡을 들고 길 한가운데 서 있으면, 귀신같이 갈매기들이 낚아채간다.
새우깡 한 봉지를 탈탈 털어 갈매기에게 바치고
장화 신고 호미 들고 바구니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갯벌로 씩씩하게 나선다.
게는 진짜 옆으로 걸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 앞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며 왜 이렇게 감탄스러웠던지.
갯벌 체험은 녹록지 않았다.
잠깐 몇 분은 재밌었지만, 단순한 땅파기가 거듭될수록
서투른 호미질로 쪼그려 앉아서 손목을 휘두르는 일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아는 데는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갯벌에 파묻힐 생각이 아니라면, 욕심내지 말고, 바구니 가득 채울 생각 말고,
말 그대로 그냥 흉내만 내고 돌아와야 한다.
욕심내다간 원치 않았던 근육통과 함께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난다.
게는 왜 옆으로 걸어?
조개는 무얼 먹고살아?
거북이도 있어?
거북이는 조개를 먹어?
끝도 없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집에 와서 해감을 시키려고 소금물에 담가논 조개들이 입을 벌리고 물을 찍찍 쏘아댈 때마다
손뼉 치며 소리 지르고 신기하다며 바가지 앞을 떠날 줄 모른다.
바가지에 담가놓은 게 들이 자꾸만 바가지를 탈출하여 주방 여기저기를 게판(?)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게 잡는다고 주방을 뒤집어 놓으면서도 조그만 게를 손으로 집으면 간지럽다고 깔깔대는 아이들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들과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그저 당연하고 무심하게만 여겼던 세상 만물을 다시 보고, 새롭게 보고, 자세히 보게 되는
요즘이다.
때론 계획 없이 무작정 무모하게 떠나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가끔 인생 또한 조금 느긋하게 숨 한 번 크게 쉬었다 가는 것도 필요하다.
늘 해결되지 않아 골치를 썪이던 어떤 문제하나가
어느 순간, 머릿속에 전구가 켜진 것처럼 풀렸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알던 것을 새롭게 하는.
물이 빠진 갯벌과
갯벌이 어느새 물이 가득 찬 바다로 변해버린 풍경과
파란 하늘과
해넘이의 붉은 노을과
노란잠자리와
마치 형광 펜으로 그린 듯했던 파란색 잠자리와
조그만 잠자리의 날개를 조심히 손가락 사이에 끼웠을 때의 감촉과
그 느낌을 기억하며 다시 잠자리를 날려 보내던 우리들은,
그래서 또 기다린다.
다음번에 마주하게 될 또 다른 설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