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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있는 인생

네 잎클로버

by 하라

풀밭에 가득한 클로버를 보고

아이들과 네잎클로버 찾기를 했다.


어릴 적 소풍 때마다 찾았지만

한 번도 내 손으로 만져본 적 없던 네잎클로버



못 찾을게 뻔하다고,

그럴 바에 안 찾는 편이 낫지 않나.

내가 왜 이걸 하자고 했을까.

세잎클로버 사이를 손으로 헤집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곧 시들해진 나는

돗자리에 벌러덩 누워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아이가

네잎클로버를 찾았다며 나를 부르는데,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아이가 잘못 봤거나 착각이거나

혹은 장난이겠거니 했다.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정말 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에

애기 네잎클로버가 놓여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렇게 가까이서 생생하게 보는 건 처음이다.

직접 딴 네잎클로버

그 와중에 감탄하는

엄마의 눈에 들어보려

세잎클로버 잎 하나를 살짝 갈라서

저도 네잎클로버를 찾았다며 내미는

막내의 까무러칠듯한 귀여움까지


풀밭에서 막연히 네잎클로버를 찾는 일은

어쩌면 내가 매일 살고 있는

일상 같다는 생각을 스치듯 했다.

고만고만하고

별 볼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기분 좋은 일이 벌어지는 잠깐,

그리고 그런 순간들 때문에

그래도 재미없고 지루하고 따분한 매일을

견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모든 것들이 별 것일 수 있고

특별하고 유난한 것들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을 잃는다.


산다는 건,

어쩌면 다 그렇고 그런 일이다.

그러니 너무, 힘주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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