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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은 기쁨을 찾습니다.

행복에 관하여

by 하라


늘 행복을 꿈꾼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면

선뜻 그렇지,라고 말할 수 없다.


엊그제 일 때문에 다녀온 출장길에 사심을 좀 채웠다.

마침 출장지가 좋아하는 배우가 태어난 곳이라

그 배우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에 잠시 다녀왔다.


그 공간에서 배우의 흔적을 살피는 동안

잠깐 행복했었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동행했던 동료가 내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했다.

그렇지, 살면서 이렇게 순수하게 그저 기분이 좋아서 웃을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잊고 있던 예전의 나를 생각했다.

나는 잘 웃는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는데,

웃는 모습이 참 괜찮다는 말을 그래도 꽤 자주 들었었는데,


정해진 시간, 정해진 일과, 정해진 일상을

늘 비슷한 방식, 지루한 패턴으로 반복하는 삶 속에서는 별로 웃을 일이 없다.


웃는다고 해도 온 마음을 내려놓고 행복감에 빠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 순간에 나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식적으로, 의무적으로 습관적으로 웃음조차도

버터내야 할 일상의 한 조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배가 아프고 눈물이 날 만큼 웃었던 기억도 아득하다.

가랑잎만 굴러가도 깔깔대고 웃어대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해맑음이 참, 그립다.

나이가 들고 늘어가는 건 웃음보다는 눈물이고, 점점 흐려져가는 기억이어서 참, 슬프다.


직장 동료는 이런 말도 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건 그걸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한다고,

오늘 나에게서 그걸 보았고 그래서 자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며 고맙다고.


지금의 나에게 웃음으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다면 두 아이들이다.

유일하게 나를 잠깐이나마 무장해제시키고 아무 생각 없이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존재

내게 이 아이들이 있어서 새삼, 참 고맙다.


아무리 바빠도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자주 웃을 수 있는 삶을 고민해 보는 것.

새해에는 그렇게 살아야겠다.


우리 집 꼬마 철학자에게 물었다.


ㅡ행복이 뭐야?

ㅡ음, 기분이 좋아지는 것

ㅡ그럼, 넌 언제 기분이 좋은데?

ㅡ음. 스파이더맨 신발이 배달 올 때

ㅡ그럼, 아빠는 언제 행복한데?

ㅡ음, 내가 뽀뽀해 줄 때

ㅡ그럼, 동생은 언제 행복할까?

ㅡ음, 내가 혼내지 않고 잘 가르쳐 줄 때

ㅡ그럼, 할머니는? 할머니는 언제 행복한 것 같아?

ㅡ음. 애니팡이 빨리 깨질 때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의 정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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