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민상담

아들은 꼬마해결사

by 하라


밤에 자기 전 불을 끄고 누운 다음 잠깐 몇 마디 아이에게 말을 거는 순간이 좋다.


아이는 졸음이 막 쏟아지려는 나른한 순간,

엄마의 물음에 대답하려고 애쓰지만

말소리가 작아지고 느려지며 숨소리가 점점 고르게 변하는 순간.


낮과 밤은 왜 생기는 걸까.

잠은 왜 오는 걸까.

밤은 왜 깜깜한 걸까.


어느 우울했던 날, 혼잣말하듯 말했다.


"아...... 내일 회사 가기 싫다......"

"왜? 나는 유치원 가기 좋은데 엄마는 왜 회사 가기 싫어? 사장님이 혼내서?"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힘드네...... 회사 가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잘조잘 묻고 대답하던 아이가 말이 없다.

분명 자는 건 아닌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나 싶어 등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똑똑 박사님, 안 계세요?" 하고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왜요.....?" 하고 대답한다.

"박사님,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고민하던 아이는 수줍은 목소리로

"책을 많이 읽어야 돼요."

"누가요?"그랬더니

"제가요."란다.


순간 터지는 웃음을 어떻게 참아야 할지

박사님 호칭까지 들은 마당에

모른다고 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그렇지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아이는

'제가요.'라는 답을 하기 위해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까무러치게 귀여운 다섯 살 녀석의 머릿 속이란,


하루 저녁 한 가지씩,

아이에게 고민 상담을 한다.

상담의 결과와 상관없이

아이를 통해 진하게 위로받는다.


세상에 이런 명의가 없다.

keyword
이전 01화나를 미치게 하는 너희들이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