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5
ㅇ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보틴 레스토랑 (Botin Restaurant). 1961년에 설립해 14년간 미쉐린 3스타를 받아온 스페인 엘불리 (El Bulli). 2018 World 50 Restaurants 에서 2위를 차지한 스페인 엘 셀라 디 칸 로카 (El celler de can roca). 스페인의 많은 셰프들이 최근 요리업계에 큰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 스페인은 미식의 최전선으로 가장 먼저 손꼽힌다. 하루에 다섯끼를 먹는 나라, 타파스를 즐겨먹는 나라, 돼지의 걸음걸이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먹는 나라, 스페인. 먹고, 마시고, 체험하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다섯번째 목적지는 스페인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있는 스페인 요리는 수백년에 걸쳐 다양한 지리적·역사적·문화적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로마인으로부터 올리브와 와인에 대한 열정을 이어받았고, 7세기에 걸친 이슬람 지배의 영향으로 샤프란, 커민 등 여러가지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현대에 들어와서 스페인 셰프들은 실험적인 요리법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지만,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고,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며,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것이 스페인 요리의 기본 정신이다.
타파스는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먹는 한 입거리 음식이자 대표적인 식문화다.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먹는 에피타이져이기도 하고, 본 식사이기도 하며, 큰 접시에 담아 나눠먹는 라시오네스 또는 술과 함께 먹는 안주이기도 하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는 핀초 (Pintxo) 라고 하고, 작은 빵 조각에 엔초비, 홍합, 꽈리고추, 캐비어를 올린 크림소스 등 다양한 재료를 올려 조합해 먹는다.
타파스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안달루시아에서는 ‘타파 Tapa’ 는 스페인어로 뚜껑이라는 뜻으로 20세기 초 국왕 알폰소 13세가 남부 도시 카디스 (Cadiz) 인근의 한 해변바에 들렸을 때 유래되었다고 한다. 왕이 셰리주를 느긋하게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 모래가 날리기 시작했다. 이때 눈치가 빠른 웨이터가 왕에게 달려가 하몬으로 왕의 셰리주 잔을 덮어 모래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왕은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바람이 불지않아도 항상 음식으로 술을 덮어 먹으며 타파스라는 이름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타파스를 먹을때는 와인이나 맥주 한잔을 곁들여 먹는 것이 당연하고, 낮이든 밤이든 조금이라도 출출하면 스탠딩바나 테라스에 앉아 가볍게 즐겨먹는다.
파에야는 발렌시아(Valencia) 지역에서 탄생했다. 파에야는 원래 이 음식을 만드는 팬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철판 볶음밥과 비슷한다. 정말 맛있는 파에야는 단립종 쌀과 좋은 마늘, 좋은 파슬리, 좋은 올리브유, 좋은 샤프란으로 완성된다. 쌀은 봄바 Bomba 품종을 최고로 꼽는데, 우리나라처럼 밥을 따로 짓고 볶는게 아니라 팬에 생쌀을 넣고 샤프란과 함께 육수를 부어가며 만든다. 샤프라은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파에야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샤프란 고유의 향이 나지 않는다면 식용색소 황색 2호를 사용했을 경우가 크다. 파에야팬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새우, 홍합, 조개 등을 소담하게 담을 수 있는 얕은 팬에서 조리해야 한다. 주문 후 보통 20분 후에 나오는데, 우리나라 누룽지처럼 팬 바닥에 깔린 쌀이 바삭하고 구수해졌을 때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이를 소카라트 Socarrat 라고 부른다.
스페인에서는 이런말이 있다. ‘우리는 돼지의 걸음걸이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먹는다.’ 안먹는 부위빼도 다 먹는 다는 뜻이다. 하몬은 햄의 한 종류로 초리조, 살시촌, 로모 등 여러 종류의 햄 중에서도 역사와 명성이 가장 깊다. 이탈리아 프로슈토(Prosciutto)와 비슷해 보이지만 스페인의 하몬은 훨씬 더 색이 선명하고 짙은 붉은 색이며,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흘러나온다. 마치 버터나 오일을 바른 것처럼 미끈하고, 최상의 하몬은 고기, 숲, 풀향이 난다. 스페인산 하몬은 크게 두종류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백색돼지를 염장한 하몬 세라노, 흑돼지를 염장한 하몬 이베리코가 있다. 스페인 북동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하몬 세라노 (Jamon Serrano)는 1950년대 스페인에 보급된 백색돼지로 만들었으며, 이베리코 품종보다 가격이 저렴해 훨씬 널리 보급되어 있다. 스페인 햄의 귀족, 하몬 이베리코 (Jamon Iberico)는 스페인 중부 이베리아 반도에서 주로 생산되며, 털이 까만 이베리아 반도의 토종 돼지품종으로 만들어진다. 도토리를 먹여 살찌우기 때문에 도토리가 많이 나는 이베리아 반도에 몰려있으며, 가격도 훨씬 비싸다. 근육 조직 사이사이로 지방층이 아름답게 섞여 있어 하몬만의 화려한 마블링을 자랑한다.
스페인에서 다양한 하몬을 저렴한 가격에 맛보고 싶다면 Museo de Jamon 을 검색해보자. 하몬 박물관이라는 뜻으로 마드리드에 여러 지점을 가지고 있고, 이 곳에 가면 하몬 이베리코, 하몬 세라노는 물론 하몬을 이용해서 만든 타파스와 요리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요리의 수준은 크게 기대하지 말고 하몬과 생맥주로 간단하게 입을 적시는 수준으로만 먹으면 된다.
하몬의 매력에 빠졌다면 Alboro로 이동해보자. 하몬으로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으로 코스 메뉴가 메인이지만 이 곳을 찾는 미식가들은 하몬 테이스팅 단품 메뉴를 주문한다. 스페인에서 고급 하몬으로 알려져있는 Joselito 브랜드 하몬으로 2014년, 2013년, 2012년 세가지 빈티지의 하몬 이베리코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으며 3층짜리 탑 모양의 플레이트에 서빙되어 보는 이의 마음부터 설레게 만든다.
하몬에 대해 더 탐구하고자 스페인 동북부에 있는 사라고사 하몬 공장을 찾았다. 이베리코가 아닌 생산량의90%를 차지하는 하몬 세라노 공장을 찾았으며 하몬 공장 견학기와 더불어 추천하는 마드리드 근교 여행지를 안젤라의 푸드트립 다음편에서 소개한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