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11
단테, 마키아벨리 등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의 고향. 바로 피렌체다. 철학과 예술의 근거지인만큼 역사가 오래된 지역으로 그만큼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개성이 강하다. 특히 피렌체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을 맛보고 왔는데 용기있는 사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믿는다. 이탈리아 음식 중 가장 극한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한번째 컬럼의 목적지는 바로 이탈리아 피렌체다.
피렌체에서 무역을 하던 상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 전역으로 이동해 정착하며 살았다. 그때마다 피렌체 상인들이 그리워하던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소 내장이다. 이탈리아말로 소 내장을 트리파 Trippa 라고 하는데 피렌체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왔던 소울푸드 중 하나다. 피렌체에 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곱창, 대창, 양 등 내장을 즐겨 먹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피렌체에 오니 우리나라 내장 음식은 오히려 피렌체 사람들에게 일상의 음식이었다.
일단 트리파는 양, 벌집위, 천엽을 통칭하며 이는 소의 첫번째 위, 두번째 위, 세번째 위의 이름을말한다. 푸드컬럼을 쓰는 사람으로서 피렌체에서 트리파는 섭렵하고 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TRIPPA 전문 매장을 찾았는데, 엔티크한 분위기의 한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TRATTORIA ANTICHI CANCELLI 라는 곳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하면서도 오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리에 앉아 여기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TRIPPA STEW, 즉 내장스튜를 먹어본적이 있느냐고 코웃음을 치면서 이야기한다. ‘내장스튜? 내장탕을 말하는건가? 왜 웃는거지? 내장을 먹어본적 없을까봐 웃는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내장스튜를 먹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15분 뒤 토마토 소스의 내장 스튜가 나왔다.
겉으로 보면 토마토 스프처럼 생겼는데 숟가락을 넣어보니 온갖 내장이 다 들어있는 말그대로 내장 스튜였다. 하지만 비린내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토마토 소스가 맛과 질감을 다 잡아주고 있어서 걸죽한 느낌의 스튜였다. 사실 이때 감기에 걸려서 뜨끈한 국물을 먹고 싶었는데, 내장 스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갑자기 온 몸이 편안해지면서 몸보신탕을 먹은 듯 땀이 쭉 흘렀다. 게다가 내장을 잘근잘근 씹으니 부드러움과 쫀득쫀득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소스가 잘 베여서 비린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내장을 먹을 수 있는 한국인이라면 피렌체에서 이 스튜는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감기기운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피렌체에 사는 이탈리아 친구를 만나 피렌체의 명물인 중앙시장으로 이동을 했는데, 내장 스튜를 먹고 왔다고 이야기하니 반가운 얼굴이다. 사실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꼭 먹어야하는 음식이 있는데, 내장이 들어가서 쉽게 권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음식이냐고 물어보니 ‘내장 샌드위치’ 라고 말하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내장 샌드위치?!!?” 상상을 하니 조금 두려워지긴 했지만, 점령 (?) 해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겨서 팔을 끌고 가자고 했다.
시장에 들어가니 내장만 팔고 있는 정육점도 정말 많았다. 대부분 삶아서 팔고 있어서 고약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이 지역 사람들이 내장을 얼마나 많이 먹길래 이렇게 내장 정육점까지 따로 있는 것인가 생각을 하며 내장 샌드위치 맛집으로 향했다.
내장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꽤 있었는데, 현지인 친구가 추천해준 곳은 중앙시장의 다 네르보네 (Da Nerbone) 였다. 다른 곳보다 줄이 굉장히 길었고,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리뷰가 가장 많은 인기 레스토랑이었다. 사실 시장안에 있는 곳이어서 레스토랑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샌드위치를 산 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서민적인 분위기의 테이블이 마련되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내장 샌드위치였고, 내 눈 색깔을 보더니 아시아 사람인 것 같은데 매운 고추를 넣어줄까? 라고 물어봐서 끄덕거렸다. 가격은 하나에 4유로 수준이였고, 샌드위치가 얼마나 큰지 하나를 다 먹기에 부담스러운 사이즈였다. 겉은 바게트빵처럼 딱딱한 질감이었고, 그 안에는 삶은 곱창을 차돌박이처럼 얇게 썰어서 빵 사이에 끼운 뒤 매운 소스를 뿌린게 다였다.
‘이렇게 단순한가?’ 하는 생각과 함께 한 입을 크게 베어물었다. 내장은 부드럽게 잘 삶아져 있었고, 역시나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그리고 고추와 올리브오일을 섞어서 만든 소스를 뿌려주었는데, 은근하게 매운 맛 때문에 중독적인 맛이 매력이었다. 그리고 글래스 와인을 함께 먹을 수 있었는데 여기선 절대 고급 와인을 먹을 필요가 없고, 하나에 1유로정도하는 평범한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된다. 내장을 부드럽게 목 넘김할 수 있는 음료로서의 목적이니 부담없이 같이 씹고, 마시고, 삼키면 된다.
(내장 샌드위치 먹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tc4gsxNWWg&t=31s )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