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23
공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야자수, 구멍이 송송 뚫린 까만 현무암,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볼끝을 간지럽히는 시원한 바다바람.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내외면 갈 수 있는 제주도이지만 공항을 나오면 잠시 외국 휴양지에 온 듯하다. 세계 7대 자연 경관 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유네스코에 세번이나 선정된 제주도는 한국의 대표적인 힐링플레이스다. 그런데 제주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양한 제주도 토속 음식부터 제주의 청정한 물로 만드는 맥주 양조장, 산골자기에 숨어있는 감성적인 바, 내리는 석양을 바라보며 힙하게 놀 수 있는 라운지펍 등 잇플레이스 (Eat+Place)로 가득차있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세번째 목적지는 제주도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맥파이 브루어리. 맥파이 브루어리의 맥파이 (Magpie)는 까치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왜 까치일까? 맥파이 브루어리를 네명의 친구들과 함께 만든 Co-Founder Hassan Haider는 한국에 있는 동안 까치는 좋은 소식을 물어오는 새라는 뜻을 알게되면서, 한국 시장에 좋은 수제 맥주 문화를 가지고 오고 싶었다고 말한다. 2012년 경리단길에 피자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그마한 펍을 시작으로 2016년 아라리오 뮤지엄의 투자를 받아 제주도에 있는 빈 감귤창고를 개조해 양조장을 만들었다. 깔끔한 회색빛 외관에 커다란 까치 그림이 그려져있고, 양조장 앞에는 현무암이 군데 군데 솟아 있는 앞마당 파라솔 밑에서 피맥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평일은 끊임없이 맥주를 생산하고, 주말에는 양조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 오후 1시, 2시, 4시, 5시에만 투어가 가능하며 인당 2만원에 양조장 투어와 다섯가지 맥주 시음, 맥파이의 시그니처 맥주 중 한잔을 자유롭게 선택해 먹을 수 있다. 약 40분 ~ 50분간 양조장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맥파이의 양조사로부터 맥주의 생산 과정, 수제맥주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 홉, 효모, 물 중 보리를 네가지 단계로 로스팅했을 때 색과 향, 맛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게 인상적인 투어다. 시음은 양조장에서 바로 만든 시원한 맥파이의 시그니처 맥주 쾰시, 페일에일, 포터, 아이피에이, 고제를 맛 볼 수 있다. 이 외에 매년 새로운 시즈널 맥주를 새롭게 만들고 있어 수제맥주의 크리에이티브를 느낄 수 있다.
양조장 투어가 아니라도 맥파이브루어리에 있는 탭룸은 수,목,금,토,일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 열려있으니 맥주와 잘 어울리는 피자와 치킨 등과 함께 즐겨보자. 이 외에 더 많은 맥주를 만나고 싶다면 최근에 오픈한 맥파이 블루버드 펍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제주도에는 해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녀처럼 직접 물질을 해 전복, 소라, 보말 등을 따는 남자 해녀, 해남도 있다.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일통이반은 ‘대한민국 해남 1호 문정석’씨가 운영하는 제주 토속 식당이다. 해남 문정석씨는 70세가 넘었지만 반드시 자기 손으로 채집한 해산물만 판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물질을 하고 있다. 이 곳을 찾아오게 된 이유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녹진한 보말죽 위에 올라가 있는 촉촉한 성게 사진때문. 유명 셰프 오세득 셰프를 비롯한 제주 미식가들이 발품팔아 찾아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인증샷을 올렸는데, 사진만으로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제주스러운’ 바다 밥상이 차려져있었다.
성게올린 보말죽이라는 메뉴는 따로 없고, 성게와 보말죽을 하나씩 주문해서 각자가 만들어 먹으면 된다. 보말죽은 전복 내장을 통째로 넣어 만든 전복죽처럼 녹진한데 비린맛없이 깔끔하다. 보말죽 위에 성게와 반찬으로 나오는 모자반 무침을 올리고 참기름을 가볍게 두르면 입 안에서 바다향기가 가득 퍼진다.
소주 안주로 가볍게 먹고 싶다면 소라회를 추천한다. 전복회보다 가격은 5,000원 저렴하지만 맛은 더 깔끔하고, 오독한 맛이 살아있다. 씹을때마다 머리 속에 울려퍼지는 ‘오독오독’ 소리는 식욕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해산물이 비려서 못먹겠다는 지인들이 있다면 제주도 일통이반에 데리고 와 제주의 신선한 바다내음과 해산물을 맛보여주자. 정말 신선한 성게와 회는 신선하면 비리지 않으니까.
잘 먹고, 잘 마셨으니 이제 예쁜 사진을 찍을 때가 왔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퍼시픽랜드 안에 자리잡고 있는 더 클리프는 수려한 경치를 즐기며 신나게 놀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거대한 661m² 실내규모와 바다와 인접해있는 3306m² 가량의 야외광장을 갖추고 있는데 지난해 EDM페스티벌과 더불어 DJ 파티, 클래식 공연, 피아니스트 요시타마 료 공연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록색 기와 아래 펼쳐져있는 하얀색 건물 안에는 LED 조명이 밝게 빛나는 바, 다트, DJ 부스, 폴댄스장이 갖추어져 있고, 밖으로 나가면 파아란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테라스 라운지가 열려있다.
노트북 한대를 무릎위에 두고 칵테일을 한잔 마시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공간이 좋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지만,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들을 맛보면 파티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는 곳이 된다. 대표적인 메뉴는 멜젓 흑돼지 파스타와 한치와 돼지고기를 올린 화덕피자, 수제버거와 후렌치후라이다. 흑돼지를 얇게 썰어 멜젓으로 간을 한 파스타는 한번 맛보면 ‘이것이 제주도다’ 라고 외치게 만든다.
살짝 튀긴듯 구워낸 흑돼지와 흑돼지의 맛을 끌어올려주는 멜젓은 맛을 보는 사람마다 엄지를 치켜올린다고 한다. 여러가지 칵테일도 마련이 되어있는데,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색깔이 화려한 칵테일들을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맥주와 스파클링 와인, 다양한 샴페인도 구비가 되어 있는데 이태원 라운지 클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데빌스브뤼 루미너스 스파클링 와인과 셀럽들이 즐겨먹는 고가의 샴페인 아르망 드 브리냑 샴페인도 있다. 쉴땐 쉬고, 놀땐 확실히 놀 수 있는 제주도민들의 삶이 잠시 부러워진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