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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맛, 산 속 연잎밥 정식부터 복순도가 막걸리까지

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14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선도한 최대의 공업 도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간절곶.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미터 이상의 9개의 산이 유럽의 알프스만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영남 알프스. 장생포 고래고기, 언양 불고기. 모두 울산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다. 그 중에서 울산의 맛을 탐방하기 위해 서울에서 KTX를 타고 달려와보았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네번째 목적지는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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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반.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니 2시반만에 울산에 도착했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먼곳처럼 느껴졌지만 KTX를 타니 금새다. 특히 주말이면 울산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 아침기차부터 매진이 되는 편이니 기차표를 미리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아차!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날 일행 두명이 티켓을 미리 예매하지 않아 입석으로 서서 오기도 했다. 아무튼 도착하니 오후 12시가 되었고,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산 속에 있는 산촌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울산역의 이름을 자세히보면 통도사역이라고 되어있는데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 중의 하나로 사찰음식인 연잎밥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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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곳은 가랑잎새라는 식당으로 차 없이는 갈 수 없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산을 조금 올라가니 나무와 황토로 지어진 집이 보였다. 다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바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메뉴는 오로지 연잎밥 정식과 보쌈 정식이 두가지만 있는데 인원수대로 주문할 수 있다. 1인 정식은 없고, 2인 정식부터 시작된다. 자리에 앉자마자 10개 이상의 반찬이 상을 가득 채웠고, 나물요리부터 꼬막, 새우, 생선구이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상차림이었다. 어릴때만해도 연잎밥에서 한약냄새가 나는 것 같아 꺼려했었는데, 성인이 되니 연잎을 쪘을 때 나는 특유의 냄새뿐만 아니라 쫀득 쫀득한 오곡찰밥이 몸을 정화시켜주는 기분이 들어서 젓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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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울산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복순도가 막걸리 양조장으로 이동하였다. 복순도가는 막걸리계의 샴페인, 막걸리계의 돔페리뇽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굉장히 고급스러운 천연 탄산 막걸리다. 특히 건물의 파사드가 막걸리 양조장이라도 믿기지 않을만큼 짙은 먹색의 깔끔한 구조인데,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아들이 막걸리가 발효되어 익어가는 양조장이라는 의미를 더해 발효건축을 컨셉으로 지었다고 한다. 왼쪽에는 막걸리를 시음하고 맛볼 수 있는 까페가 있고, 오른쪽에는 양조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양조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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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도가는 막걸리를 빗는 박복순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막걸리로 울산 울주군의 지역쌀로만 만들고 있으며, 항아리 속에서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천연탄산이 특징이다. 실제로 항아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를 들어보면 탄산이 보글보글 터지는 소리가 들려서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뚜껑을 여는 순간 병 속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눈으로 보는 것만큼 청량감이 넘치는 활발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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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는 언양읍에 위치한 본밀크 까페로 이동했다. 민트색 외관에 소 한마리가 입구에 귀엽게 앉아있는 우유까페로 매장에서 10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유진목장에서 모든 우유를 직접 짜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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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까페이자 유제품 전문점 본밀크 (BON MILK)를 운영하는 정해경 대표는 부모님이 30년 이상 운영해온 유진목장을 이어가고 있는 낙농 2세다. 20대가 시골에서 소를 키우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대표가 주목했던 것은 우유 자체보다는 우유 아이스크림, 요거트, 치즈, 잼 등 유가공제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유소비는 줄고 있지만 유가공품의 소비는 늘고 있다 라는 것에 착안하고, 이탈리아에가서 젤라또 교육을 받기도 하고, 프랑스, 네덜란드 등 낙농 선진국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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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아이스크림과 흑임자 아이스크림의 맛을 보았는데 그동안 서울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서울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부 아이스크림은 원유가 아니라 분말을 넣어 만드는 경우가 많아 텁텁한 편이지만, 본밀크는 유진목장에서 직접 짜온 우유로 만들어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언양불고기 골목에 있어 울산에 언양 불고기와 함께 꼭 한번 먹어봐야하는 울산의 디저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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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에서 나와 골목을 따라 쭉 걸었는데 양쪽으로 끊임없이 언양 불고기집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으리으리한 분위기의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5시반정도에 도착을 하였는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쓰고 기다렸고, 그 시간에 이미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줄지어 나왔다. 언양불고기는 울산 언양읍의 향토음식으로 울산의 특산물인 쇠고기를 얇게 썬 뒤에 양념하여 만든 불고기다. 우리나라의 불고기 종류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는데 국물이 자작한 서울식 불고기, 숙성하지 않고 양념에 버무려 바로 석쇠에 구워먹는 광양식 불고기, 양념을 미리 버무려 숙성시킨 뒤 석쇠에 구워먹는 언양식 불고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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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은 본디 일제강점기부터 도축장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는데, 1960년대 이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전국에서 언양 불고기를 먹기 위해 찾아오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양념을 미리 재워두었기 때문에 다른 불고기에 비해 짭쪼름한 편이며, 두툼한채로 석쇠에 구워서 고기를 씹는 식감도 좋다. 울산 미나리도 쌈채소로 같이 나와 이색적인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 곳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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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 7시반 KTX를 타고 서울로 다시 올라오니 저녁 10시에 도착을 하였다. 주변 관광지까지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맛을 찾아다니는 식객이라면 언양 불고기과 울산을 대표하는 양조장 복순도가, 기분이 좋아지는 깨끗한 우유까페 본밀크 맛을 보고 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다. 울산의 하루는 맛있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 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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