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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착지근한 갈비내음새와 함께 무르익는 포천 전통주

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22

한때 포천을 찾는 사람들은 입대한 아들이나 친구의 면회를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8사단, 5군단, 6군단.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지만 포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포천은 지리적으로 남과 북이 연결되는 거점 도시일뿐만 아니라 한탄강, 포천천, 명성산, 운악산 같은 자연생태 1등급의 지역이기 때문에 포천은 역사ㆍ전통ㆍ문화ㆍ환경ㆍ생태가 균형적으로 발달되어있다. 벚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4월의 봄. 포천의 명물을 찾기 위해 봄바람을 맞으며 서울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 포천에 다녀왔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두번째 목적지는 포천이다.



“자식 키우는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 군대간 아들을 위한 수제양념갈비 포천이동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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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포천이동갈비를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포천이동갈비는 우리나라 갈비의 대명사이자 포천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포천이동갈비는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먼저 먹기 시작했는데, 1970년 경상도에서 온 한 어머니가 집에서 직접 가지고 온 소갈비를 들고 포천의 한 돼지갈비집을 찾았다. 내일 군대에 있는 아들과 나와서 고기를 먹을 예정인데 이것을 양념해서 구워주면 양념값과 식사까지 함께 계산을 하겠다며 사정을 했다고 한다. 귀한 아들에게 고기를 먹일 생각에 비싼 소고기를 사서 왔지만, 날이 더워서 생고기로 먹기에는 고기의 맛이 변했기 때문. 돼지갈비집 주인은 고기를 받은 뒤 다음 날 가장 좋은 암소고기를 사서 양념을 한 뒤에 노모와 아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 후로 소문이 나 포천에 있는 많은 고깃집들이 소고기를 달착지근한 돼지고기 양념에 버무려 판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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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이동갈비는 포천 내 이동이라는 지역에 고깃집이 밀집해있어 포천이동갈비라는 것이 포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이동에 오면 큼지막한 포천이동갈비집이 즐비해 어디를 갈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찾은 고깃집은 원조이동 김미자 할머니 갈비집이다. 김미자 할머니 갈비집은 50년 넘게 운영한 곳으로 김미자 할머니가 손수 만든 메주와 간장으로 양념한다. 이동갈비의 진미는 감칠맛 나는 양념에 있는데 삼삼한 맛의 간장에 여러가지 과일즙 넣어 지금까지도 김미자 할머니가 직접 갈비를 재우고 있다. 50년 이상 갈비를 재다보니 손금도 잘 안보인다는 김미자 할머니는 매일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한번도 이동면 장암리를 떠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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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숯불 위에 때가 묻지 않은 철판을 올리고, 직접 담은 백김치와 파무침, 도자리, 콩나물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그리고 배 한 쪽이 다소곳하게 누워있는 포천이동갈비가 나온다. 식사를 하는 동안 고기를 계속해서 구워주기 때문에 고기를 태워 먹을일이 없고, 친절한 종업원분들의 배려로 고기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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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는 400년 묵은 큰 느티나무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돈 뭉치가 여기저기 껴있다. 손님들이 모두 끼워놓은 돈들인데 양념갈비를 맛있게 드신 분들에게 복이 들어오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이 날 김미자 할머니의 포천이동갈비를 먹고 난 후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약식주동원(藥食酒同原), 포천의 깨끗한 자연을 담아 만든 배상면주가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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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주동원(藥食酒同原)은 약, 음식, 술의 근원은 모두 같은 자연이라는 의미로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말이다. 이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전통주를 담고 있는 양조장이 포천에 있다. 바로 배상면주가. 배상면주가는 1996년에 설립한 회사로 배상면주가의 대표이사 배영호의 아버지 이름인 ‘배상면’에 술 빚는 집이라는 의미 ‘주가’를 합쳐 만들었다. 배상면 회장은 ‘누룩왕’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평생을 누룩 연구와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헌신을 해왔고, 현재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주 개발, 연구, 세계화를 위해 오로지 한길만을 바라보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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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면주가는 대표술 느린마을 막걸리를 비롯해 산사춘, 심술, 세시주, 오매락퍽, 빙탄복과 같은 다양한 약주, 과실주, 증류주를 만들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최고보다는 차별화된 술을 만들겠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차별화된 부분은 바로 ‘생쌀발효법’이다. 보통의 탁주는 고두밥을 지어, 말린 뒤 누룩과 섞어서 술을 빚는 반면 배상면주가의 탁주는 술의 원료인 쌀을 찌지 않고 생쌀을 가루내어 누룩과 함께 버무려 술을 붓고 술을 빚는 방법이다. 생쌀로도 술이 빚어지는 이유는 힘이 강한 누룩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포천의 배상면주가에 오면 씨누룩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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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면주가의 양조장 산사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바로 배상면 선생이 평생토록 연구하고, 노트에 메모했던 내용들을 벽지로 만들고, 배상면 회장의 유품들을 모아 놓은 방이다. 이 방에 오면 놀라울 정도 높은 천고와 우리 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있는데, 배상면주가가 명품술, 명품 브랜드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배상면 선생과 그 가족들이 함께 지켜온 술에 대한 기록과 옛 것에 대한 수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배상면주가만의 술 개발 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융합 비즈니스 ‘동네방네 양조장’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막걸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업주가 ‘공덕역막걸리’ ‘천호동막걸리’ 등 각 지역의 동네 이름을 내걸고 직접 제조,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어 지역마다 다른 양조장 주인의 손맛을 보여주는 수제막걸리 양조장 플랫폼이다. 수제 맥주에 이어 내 손으로 빚는 수제 막걸리가 보편화되고, 막걸리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는 좋은 경제 효과를 일구어 내고 있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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