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오감으로 느끼는 여행 Episode.13
포르투갈이 중국으로부터 마카오 거주권을 얻으면서 마카오가 서양식 식문화와 요리법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서양의 미묘한 조화가 매력적인 곳이긴해도 세월이 흐르면서 마카오는 다시 중국의 품으로 들어갔고, 중국 음식은 여전히 매캐니즈 푸드 (Macanese Food) 의 기둥이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세번째 컬럼은 마카오의 중국 음식이다.
오마카세 (おまかせ)는 '셰프에게 맡긴다'라는 의미로 정해진 메뉴없이 셰프가 손님의 취향을 맞추거나 그날 그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 일식 스시바에서 사용하던 단어였지만 국내에서도 한우 오마카세, 생선 오마카세 등 국적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카오 Yi 레스토랑에서 경험한 오마카세는 달랐다.
일단 바에 앉아 셰프가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요리를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금빛 아치형 구조물로 둘러쌓인 독립된 원형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금색 고슴도치처럼 보이는 모양인데 겉에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Yi 레스토랑의 요리 스타일은 처음에 나오는 세가지 소스를 통해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두반장이나 굴소스가 아니다. 셰프 윌슨 (Wilson) 의 고향인 하카지역의 매운 소스 (Hakka Chili Sauce)와 셰프 안젤로 (Angelo)의 고향인 차오저우 지역의 칠리 소스 (Cháozhōu Chili Sauce), 그리고 Yi Premium X.O. Mushroom Sauce 가 나왔다. Yi 는 광동요리, 사천요리, 북경요리처럼 정형화된 요리가 아니라 중국 전역에 있는 특별한 소스, 재료, 조리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중국 대륙의 맛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메뉴는 돼지볼살햄을 더한 제비집 만두찜, 생선 부레 산라탕, 크리스피 아몬드 집게발, 타스마니아산 트러플을 넣은 대나무 새우 볶음과 레몬그라스 비둘기 구이, 간장에 졸인 삼겹살과 돼지귀를 곁들인 홈메이드 쌀국수 등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귀한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맛은 물론 재료의 다양성, 프레젠테이션의 예술성, 드라마틱한 메뉴 구성 등 눈과 입 그리고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요리 그 자체였다. Yi 라는 레스토랑의 이름은 중국의 고전인 역경(易經)’의 중국어 발음인 이징 (Yi Jing)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Yi)는 좋은 음식이 입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윤택하게 해주어 웰니스와 행운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그대로 즐거운 맛의 향연이었다.
Yi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는 소년 같은 외모를 지닌 36세의 셰프 안젤로 웡 (Angelo Wong)으로 그는 인터뷰를 통해 몇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레스토랑 주방에는 냉동고가 없다. 광동지역의 속담인 불시불식(不时不食) 처럼 그날 그날 공수한 가장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매일 새로운 메뉴를 처음부터 만들고 있는데 이는 매일같이 창의성을 쥐어 짜는 노력을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자세히 살펴보면 풍수의 다섯가지 요소가 반영되있다. 금(金)은 황금용의 본체, 목(木)은 레스토랑 입구의 측면에 설치된 목재 패널, 수(水)는 레스토랑을 에워싸며 완만히 흐르는 해자, 화(火)는 호텔 승강기의 풍부한 붉은 조명과 테이블 옆에서 요리에 가해지는 불, 그리고 토(土)는 다이닝 테이블에 올려지는 도자기 접시류로 완성된다. 이는 손님들이 단순히 음식만 먹는 공간이 아니라 온 몸에 행운이 깃들도록 배려한 마음의 일부라고 말한다. 중국 문화에서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복숭아꽃이 모든 플레이트에 그려져 있는 것으로부터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영상보기 : https://youtu.be/bMci2EyxP9A
마카오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을 꼽으라하면 에그타르트와 육포를 빼놓을 수 없다. 에그타르트는
홍콩식과 마카오식이 있는데 홍콩식은 단단한 타르트쉘에 커스터드 크림을 채운 것이고, 마카오식
은 얇은 패스츄리에 커스터드크림을 가득 채워 입 안을 더 부드럽고 풍만하게 감싸준다. 마치 에그
타르트의 본거지인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처럼 말이다.
하지만 컬럼에서 다루고 싶은 음식은 바로 육포다. 마카오 육포는 마카오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지만 성바울 성당부터 세나도 광장까지 쭉 이어지는 육포거리도 명물이다. 육포거리에 오면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육포 매장들이 줄지어 서있다. 간장맛, 고추맛, 후추맛부터 바비큐맛, 꿀맛 등 구미를 당기는 다양한 맛들로 입을 적신다.
어떤 사람들은 마카오 육포가 유명해진게 무료 시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만드는 방식에 대해 조금 연구해보면 유명해진 이유가 있다. 마카오 육포는 바싹 말린 한국이나 미국의 육포와 달리 고기를 갈아서 적당히 말린 뒤에 훈제를 했기 때문에 부드럽고, 대부분 마지막에 꿀로 글레이징을해서 입술까지 입에 감기는 중독적인 맛이다. 그래서 한번 마카오 육포를 맛 본 사람들은 다른 육포는 눈에도 안들어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입맛을 모두 사로 잡는 요리. 요리로서 중국 대륙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다양성. 세계적인 셰프들이 선택한 미식의 국가. 전세계인들은 여전히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캐니즈 푸드를 맛보기 위해 오늘도 마카오를 찾는다.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안젤라(본명 김유경)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1인 미디어 푸드채널 테이스티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고, 안젤라의푸드트립을 통해 해외의 맛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