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것'

비위가 강한 분들만 읽기를 바란다

by 명하

육아를 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론이 실제와 다르고, 현실이 언제든 정신 차리라고 따귀를 날리는 것만 같은 일들을 겪는다. 아이들은 참 각양각색이다.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꼭 있다.


이번 편에서는 나를 무척 행복하게 만들었던 그것, 준이의 똥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단어를 갑자기 꺼내거나 브런치 미리보기에 뜨거나 하면 불쾌할 수 있기에, 노출을 막기 위해 앞서 뜬구름 잡는 소리까지 했다. 양해해 주시길. 지금부터 이 뒤로는 식사도 마쳤고 비위도 강한 분들만 따라오시길 바란다.


아기의 똥 중에 냄새 안 나는 똥이 있다. 바로 태변이다. 태변은 엄마의 몸속에서 영양분을 받아 살던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배출하는 장내 배설물이다. 처음에는 기저귀에 시꺼먼 덩어리가 묻어 나와서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엄마의 몸에서 나와 바깥세상에서 만들어진 분유를 처음 먹는 순간부터 이제 익숙한 똥이 된다. 색깔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그래도 분유를 먹을 때는 좀 낫다. 이유식처럼 건더기가 있고 조리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한번 더 변하고, 유아식 단계에서 확실하게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난다. 정말이지 우리가 키우는 게 사람이 맞는구나 하고 골이 띵할 정도로 깨닫게 된다.


이 귀여운 아이에게서 나는 냄새라곤 믿기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의 변 냄새는 괴롭지 않았다.

조리원에서는 아이 기저귀를 갈아줄 때 엉덩이 씻는 법을 알려주는데, 그때는 맨손으로 엉덩이 씻기는 것이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그때 조리원 이모님이 농담을 섞어서, 애기 변인데 뭐 그래? 하고 핀잔을 줬다.


지금은 그 말을 완벽히 이해한다. 내 손에는 아예 준이의 변 냄새가 스며들어 있다. 거의 하나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육아 경험자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장황하게 적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의 똥은 조금 다르다. 특별하다고나 할까.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준이에게는 변비가 있다. 보통 증후군 아이의 증상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변비다. 그 변비들을 모두 같은 바운더리로 묶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운동량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장애로 인해 몸을 움직일 일이 적으니 변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개중에는 평생에 걸친 변비와 위장 장애가 보고된 증후군도 있다.


나는 준이의 변비도 그와 비슷한 증상일 거라 생각했다. 심할 때는 일주일이 되도록 변을 안 보는데, 배를 만지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도통 싸질 못 했다. 조리원에서 배운 배 마사지도 열심히 했고, 유산균이나 식이섬유도 부족함 없이 먹였는데 말이다.


변비가 오래 지속되는 때에는 가끔, 엉덩이를 열어 보면 힘을 주느라 항문이 열린다. 그러면 그 안으로 변이 자리 잡고 있는 게 보인다. 항문이 잔뜩 열리고도 나오지 않을 만큼 단단히 말이다. 손가락만 뻗으면 살살 파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상처가 나거나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 금지다. 대신 변비약도 처방받아 먹여보기도 했고, 관장약을 써서 한차례 고비를 넘겨보기도 했다.


관장약을 넣으면 꼭 5분은 변의를 참았다가 싸게 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1분도 견디지 못하고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애석하게도 30분 넘게 반응이 없어서 다시 넣은 적이 있다. 보통내기 변비가 아닌 모양이다.


이 과정에서 의심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준이는 항상 변을 보기 위해 힘을 줬다. 그런데 스스로 일어나거나 앉을 수 있을 만큼의 복근이 없다 보니, 실상은 배에 힘을 주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었다. 실제로 제때제때 준이는 힘을 준다. 정말 열심히 준다. 그런데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때로는 발이 꼿꼿이 서고, 때로는 어깨가 잔뜩 움츠러진다. 왜 똥을 어떻게 누는지조차 본능에 새겨져 있지 않은 것인가.


하지만 이대로는 건강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해답을 거두절미하고 공개하자면, 치약 짜기 되시겠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다.


방법은 이러하다. 세면대 앞에 거치대를 설치해서 아이를 눕힌다. 바지와 기저귀를 벗기고 다리를 들어올린다. 배를 위에서 아래로 누르듯 마사지한다.


복근이 없다 보니 뱃속으로 단단히 자리 잡은 변이 만져질 정도이기도 하다. 그 변을 밀어내는 느낌으로 살살 마사지한다. 물론 사람 몸의 구조가 그렇게 밀어낸다고 바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효과를 보았다. 일주일 가까이 쌓인 변의 때문에 늘 몸을 비틀어가며 땀을 뻘뻘 흘리던, 그 어느 여름날.


묵은 응아가 미사일처럼 하늘을 날아 거울과 벽을 수놓았다.

미리 말했듯, 비위 약한 분들은 이미 떠나셨으리라 믿는다.


나도 비위가 약한 편이다. 하지만 그날 허공을 가로지르는, 포트리스2의 미사일 탱크 3연발 로켓처럼 날아가던 응아의 모습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슬로모션으로 내 머릿속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진으로 찍어 놓기도 했다. 비록 여기에 사진을 공개하진 못했지만.


그만큼 기쁜 날이었다. 냄새에 곤욕을 치르고 청소하는데 한참 걸렸지만 상관없었다. 그날은 배를 만져도 근육 하나 없이 아주 부드러운 살덩이만 느껴졌고,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났다. 준이는 배를 만져도 괴로워하지 않았고 맘마도 맛있게 먹었다. 그러니 벽에 똥칠한 게 대수랴.


혹여나 여기까지 온 육아 동지가 있다면 기억하시길 바란다. 두드리면 열린다. 그런데 그 이후로 한동안은 너무 두드린 탓에 세 번 정도 미사일 발사 사건을 다시 겪었다. 행복하긴 한데 쪼오끔 과하긴 했다. 그래서 화장실 위생과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 우리의 솔루션을 폴락스로 바꿨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폴락스를 기억하시길 바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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